창가에 앉아 있으면
가끔 투명한 날갯짓이 스쳐 지나간다.
손을 뻗으면 닿을 듯하지만,
그 순간 부서져 버릴 것만 같은 존재.
" 유리나비. "
그것은 가벼운 바람에도 흔들리고,
빛에 따라 색이 변하며,
조그만 충격에도 금이 가버리는 연약한 존재였다.
하지만 그 날갯짓은 마치 어떤 오래된 기억처럼
가슴 한구석에 가라앉아 있었다.
잊었다고 생각했던 얼굴, 지우려 했던 목소리,
돌아갈 수 없는 시간들이
그 나비의 투명한 날개에 스며 있었다.
어느 날 유리나비가 다가와 귓가에 속삭였다.
그 소리는 너무 작아서 처음엔 바람인 줄 알았다.
하지만 가만히 귀를 기울이자
그것은 오래된 목소리를 닮아 있었다.
" 기억하고 있니? "라고.
나는 차마 대답하지 못했다.
기억하지 않는다고 말하면 거짓말이 될 테고,
기억한다고 말하면
그리움이 넘쳐흘러 버릴 것 같았으니까.
유리나비는 천천히 날개를 퍼덕였다.
그 투명한 날개 너머로 어린 시절의 풍경이 보였다.
따뜻한 햇살 아래에서 함께 웃던 시간들,
아무런 걱정 없이 손을 잡고 뛰어가던 순간들,
그리고 서서히 멀어져 가는 뒷모습까지.
모든 것이 희미한 빛 속에서 떠올랐다.
하지만 기억 속의 그 사람은 이제 여기 없었다.
남아 있는 건 차가운 바람과,
눈앞에서 부서질 듯한 유리나비뿐.
나는 조심스럽게 손을 뻗어
유리나비를 감싸 안으려 했다.
하지만 그 순간,
작은 균열이 나비의 날개를 따라 번지기 시작했다.
조그만 균열이 점점 커지더니,
결국 산산이 부서져 버렸다.
손바닥 위에는 투명한 조각들만 남아 있었고,
그 속삭임도 함께 사라져 버렸다.
창밖으로 바람이 불어왔다.
나는 부서진 유리 조각을 손끝으로 어루만지며
조용히 눈을 감았다.
그렇게, 다시 한번 한 사람을 가슴속에서 떠나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