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타는 나비

by 윤지안


밤은 늘 조용히 찾아온다.
세상이 낮의 소란을 다 비워낸 후에야,

고요한 어둠이 스며들기 시작한다.
그 어둠 속에서 문득, 나비들이 날아오른다.
평범한 꽃밭도 없고, 달콤한 향기도 없는 그곳에서,
나비들은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하나둘씩 날개를 편다.

그들의 날개는 가볍지만,

그 속엔 무거운 이야기들이 실려 있다.
누군가는 잃어버린 사랑을 품었고,

누군가는 이루지 못한 꿈을 매달고 있었다.
어떤 나비는 고요한 외로움 속에서,
어떤 나비는 끝없이 반복되는 상처 속에서 깨어났다.
그들은 모두 무엇인가를 잊지 못한 채,

어딘가로 향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끝에는 언제나, 한 점의 불꽃이 있었다.

그 불꽃은 유혹처럼, 구원처럼 빛난다.
따뜻해 보이고, 포근해 보이며,

어쩌면 나비들을 감싸 안아줄 것만 같다.
그래서 그들은 그 빛을 향해 날아간다.
느리게, 혹은 맹렬하게. 망설임 없이,

혹은 두려움을 안고. 그들 각자의 속도로.

하지만 그 불꽃은 본래의 이름을 감추고 있다.
그것은 희망이 아닌 절망이었고,

품은 것이 아닌 삼켜버리는 것이었으며,
따스함이 아닌 뜨거운 죽음이었다.
불꽃에 닿은 순간,

나비의 아름답던 날개는 재로 변하고,

그 생은 순식간에 꺼진다.
찬란했던 색은 까맣게 타들고,

그 속에 있던 기억들마저 허공으로 흩어진다.

사람들은 쉽게 말한다.
"어리석다", "왜 불꽃을 향해 갔는가", "살 수 있었는데 왜 죽음을 택했는가".
하지만 그들은 모른다.
나비들이 어떤 마음으로 날아올랐는지,

그 불꽃이 그들에게 어떤 의미였는지를.
때로는 사는 것보다,

타는 것이 더 정직한 선택일 수 있다는 것을.

불꽃은 아름다웠다.

나비들은 단순히 빛을 좇은 것이 아니다.
그들은 자신이 살아있음을,

감정을 품고 있다는 걸 증명하고 싶었다.
이해받고 싶었고, 사랑받고 싶었으며,

누군가의 기억 속에라도 남고 싶었다.
그렇게,

불꽃 속에서 한 줄기의 연기가 되어 사라지는 순간,
그들의 존재는 비로소 선명해졌다.

혹자는 말한다. 그건 끝이라고.
그러나 나는 믿는다. 그것은 하나의 시작이었다고.
모든 것을 불태운 후, 무언가가 새롭게 피어나는 시작.
타버린 나비의 자리에 작은 씨앗 하나가 남고,
시간이 흐르면 그 자리에 꽃이 피어난다.
그 꽃은 잊히지 않은 나비의 이야기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누군가의 마음속에서 여전히 날고 있을 이야기.

그리고 다시,

하늘 한켠에서 또 다른 나비가 날개를 편다.
전보다 조금은 단단한 날개,

전보다 조금은 떨리는 심장.
그 앞에도 역시, 불꽃은 타오르고 있다.
여전히 찬란하고, 여전히 잔인하다.
그리고 또 한 번, 나비는 그 빛을 향해 날아오른다.

그래, 그렇게 세상은 이어진다. 불타는 나비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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