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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냥하자 Jun 28. 2021

잡생각 없이 그냥 하는 위대함 #3

오십견. 넌 대체 어느 집 개니?


오십 대가 되면 걸리는 질환이라고

나와는 상관없는 병이라고 생각했다.

두 달 전부터 어깨가 뻐근하고 아파서

병원에 갔더니 오십견이라고 했다.


담당 의사 선생님 멘트가 기억에 남는다.

"오십 대가 아니라서 놀라신 거예요?"

분명 농담인데 난 심각했다.

 

오십견이 무엇인지 잘 알지 못했지만

이렇게 아픈 병이 찾아온 것이 싫었고

점점 고장 난다는 것에 마음이 찌그러졌다.


시간만 흘러간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내 몸도 함께 흘러가며

노쇄하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소설을 쓰는 작가이고

먼지보다 작은 쇼핑몰을 운영하는 대표다.

밤샘 작업이 연초부터 있었는데

그것이 화근이었나 싶다.


특히 소설에 한 번 몰두하게 되면

몇 시간 앉아서 일하는 것은 기본이다.

그때 자세가 너무 좋지 않았던 모양이다.


물론 다른 이유야 많겠지만

어쨌든 난 오십견 환자가 되었다.




오전에 진료를 받고 물리치료를 받았다.

전기 자극이 어깨를 흔들었고

건강의 과신한 과거의 내가 떠올랐다.

말해서 뭐하나. 그냥 궁상 궁상떨었지.

갑자기 쓸쓸하다는 슬픈 감정이 몰려왔다.



네가 힘들 때, 너를 위로하고 지켜줄 사람이 누구라 생각해?
바로 너야
feat. 내 동생


그래. 네 말이 맞다.

지금까지 나 자신에게 사랑한다고

진심으로 말한 적이 있었던가.

고백하건대 단 한 번도 없었다.



첫 소설이 출간되었을 때도

주변 사람들은 나를 축하해 주었지만

나는 스스로에게 잘했다는 그 흔한 말조차

한 적이 없다.


'더 잘해야 해. 좀 더 완벽하게 썼야 했어.'

'오타가 웬 말이니. 네가 그렇지 뭐. 바보 같이.'


이제 나는 변해 있고 여전히 변하고 있다.

나를 사랑하는 법. 쉬운 것 같지만 어렵다.

나는 나에게 사랑한다고 고백했지만

서로가 어색해했다. 익숙하지 않으니까.


이젠 안다.

내가 나를 사랑하고 있다는 걸.

매일매일 고백을 하니까

녀석도 지쳤는지 받아주더라.






사랑하는 나에게 삼계탕을 대접했다

어찌나 잘 먹던지.

닭이 팔짱을 끼고 도도하게 앉아있는

사진을 찍고 싶었다.

아차! 하는 순간 이미 형체를 알아볼 수 없...


예전엔 타인에게 더 잘 먹이고 잘해 주고

나는 항상 순번에서 밀려나 있었다.


이제 앞으로 더 사랑해 줄게.

힘내자. 그리고 널 믿어.

사랑하는 거 절대 잊지 마.



'네 곁에는 내가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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