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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냥하자 Jun 29. 2021

잡생각 없이 그냥 하는 위대함 #4

산책과 운전의 이유

산책을 한다.

이런저런 수많은 것들이 떠오른다.

글감이 생각난다.


소설을 쓰기 시작한다.

한참을 쓰지만 이내 글은 나아가질 못한다.

일부러 장거리 운전을 한다.

다시 소설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나만의 루틴이다.

글감이 필요하면 산책을 하고

글을 쓰기 시작하면 운전을 한다.


산책을 하면 많은 생각을 할 수 있고
운전을 하면 깊은 생각을 할 수 있다


산책과 운전이 주는 느낌이

처음부터 이러하지는 않았다.

나도 모르게 어느 순간부터

점점 고정되어 온 것이다.




소설 쓰는 일은

너무너무 힘들고 괴롭다.

말해서 뭣하랴.


상상력을 풀가동하여

머릿속에 그 영상을 띄워 본다.

보이는 그 화면을 글로 옮긴다.


그러다 화면이 멈춰지고

더 이상 전원이 켜지지 않으면 운전을 한다.

그럼 명확한 영상이 그려진다.


노트북을 열고 타이핑을 한다.

캐릭터들이 나를 이끌어 가주는 경험은

이제 신기하지도 않다.

매번 녀석들이 나를 안내해 주었으니까.


어느덧 글이 완성되고

퇴고라는 어마 무시한 작업을 시작한다.

글을 밀고 나가는 작업을 그나마 쉽다.

나를 미치게 하는 것은 결국 퇴고다.


아주 가까운 지인에게 보여 주고

재미있다는 말 한마디에

소설 다시 써야겠다고 결심한다.


지긋지긋했던 글쓰기의 기억은

아름다웠던 사랑 얘기처럼

변질되어 유혹한다.

난 쉬운 남자인 건 분명하다.


그리고 다시 산책을 시작한다.





요즘 산책하는 시간이 부쩍 늘었다.

그 이유를 이제 스스로에게 묻고 답하지 않는다.

곧 운전하는 시간도 늘어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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