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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냥하자 Jun 27. 2021

 잡생각 없이 그냥 하는 위대함 #2

오토바이 배달 사고

6월 27일.


본론 먼저 말해야겠다.



오늘 오토바이 사고가 났다.

나는 부딪혀서 왼쪽으로 넘어졌고

내 오토바이도 함께 날아갔다.




뒤에서 따라오던 오토바이가

중앙선을 넘어 나를 추월하려다가

나와 꽝~ 해 버렸던 것이다.

넘어지면서 한 가지 생각만 났다.


"이제 어떻게 하지?"


뜨거운 여름. 에어컨을 안고 있어도 덥다.

보호장구는 정말 더웠지만

사고나 나면 다칠 수 있기에

매일 입고 배달을 했다.


그 덕분일까.

보호장구에만 상처가 났고

내 몸은 멀쩡했다.




저기 멀리서 사고를 낸 배달기사님이 뛰어 왔고

우리는 함께 넘어진 내 오토바이를 세웠다.

다리가 후들거려 정신이 없었다.


갓길에 오토바이를 주차했다.

몇 번이고 미안하다고 하는 그에게 괜찮으니 가라고 했다.

그의 오토바이 앞에는 얼음이 동동 떠있는 커피가 있었다.


우린 배달하는 사람이니까.

이런 걸로 시간 끌 여유가 없다는 걸

나는 잘 알고 있다.


내 오토바이 왼쪽이 깨졌지만 내 몸은 깨지지 않았고

그는 나에게 사과했고 나는 받아 주었다.


내 오토바이는 깨졌지만

나는 멋을 내려고 오토바이를 타는 게 아니니까.


내 몸이 옆으로 날아가며 쓰러졌고

오토바이도 힘없이 쓰러졌지만

생각 이상으로 괜찮았다.


달려있는 오리의 프로펠러가 순간

미친 듯이 돌아 줘서

내가 멀쩡하게 일어난 것인지

돌아가신 외삼촌이

나를 도와주신 것인지

그렇게 넘어졌는데도

멀쩡 하다니 신기했다.


보험처리 하자는 그의 말에 괜찮다고 했다.

잘못은 당신이 했으니 보험 증액이 될 거니까.

나는 괜찮다고, 그러니까 그냥 넘어가자고.


왜 그런 거 있지 않나?

이렇게 마음을 쓰면

뭔가 나에게 좋은 기운이 올 것 같은.

꼭 오길 바란다.

날 멍청이라 놀려도 좋다.

요즘 같은 세상에 얼어 죽을 배려는......




너무 놀라 오늘 오토바이는 접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심장이 하도 쿵쾅쿵쾅 뛰어서

편의점에 들려 밥을 먹었다.



사고를 낸 그 친구는 젊었다.

20대 초 중반처럼 보였다.

표정이 일그러져 걱정스러워했다.

내 걱정 반, 사고 낸 걱정 반.


녀석......


그냥 보내줬으니

이제 천천히 운전하겠지?


친절을 받았으니

이제 친절을 베풀겠지?


우울했던 세상도

조금은 밝아 보이겠지?



글을 쓰는 지금도

내 심장은 벌렁벌렁 한다.

사고 후유증 반, 뿌듯함 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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