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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냥하자 Jul 07. 2021

잡생각 없이 그냥 하는 위대함 #6

선인세 + 10%의 유혹

아침부터 바빴다.


내가 운영하고 있는 쇼핑몰에 모델이 될 분을

만나기 위해 충남 예산으로 가야 했기 때문이었다.


두 시간 이상 걸리는 꽤나 먼 곳이었지만

나는 가야 했다.

먹고살기 위해서.


다행히 얘기가 잘 끝났다.

어머님과 자녀분을 모델로 쓰고 싶다는 제안을

흔쾌히 받아 주신 것은 너무나도 고마웠다.


처음부터 내 말이 잘 통하지는 않았다.

교감 따윈 없이 제품 설명에만 열을 올리는 나를

신뢰하지 않는 것 같았다.


내가 어떻게 살아왔고 현재 어떻게 살고 있는지

가볍게, 그것도 아주 가볍게 말씀드렸다.

잠시 후 어머님이 하신 말


"오늘 저와 만난 이야기도 써도 됩니다. 사진으로 기록하셔도 돼요."


세상에 공짜가 없는 것은 분명하다.

내 것을 조금이라도 내어주지 않으면

무엇이든 절대 얻을 수 없다.

이것은 세상의 이치인 것이다.


언제 또 충남 예산을 가 볼 수 있을까.

물어물어 맛난 집을 찾아갔다.


블로그 따위에는 절대 없는

가게는 허름했지만

음식은 정말 깔끔했다.





예산에서 서울로 돌아오는 길에 ***쇼핑몰 담당 MD에게서 전화가 왔다.


"판매자님 제품이 타 사이트에서 인기가 꽤 있더라고요.

그래서 프로모션을...... 블라블라......"


내 제품을 올린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담당이 전화가 왔다는 것은 좋은 신호였다.


그리고 잠시 후 또 전화가 왔다.

이번엔 또 어디 쇼핑몰 MD일까?



***작가님 되시죠? ***출판사입니다

가명으로 투고를 했기 때문에 내 이름이 헛갈렸다.

순간 아닙니다 라고 말할 뻔했다.


그는 내 글을 너무 재미있게 읽었다 했다.

소설 속 인물부터 복선까지 하나하나 말해 주었다.

2월에 투고한 메일을 지금 봐서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내가 낳은 자식을 알아봐 주니 부모로서 기분이 좋았다.

이런 맛에 힘든 소설을 쓰는 것이 아닐까?


"작가님. 계약을 하고 싶습니다."


머뭇거리는 나에게 그가 밀어붙이듯 말을 이어갔다.


"선인세, 인세는 10%. 어떠세요?"


얼마 전 티셔츠를 살까 말까 고민하던 나에게

점원이 무심코 던진 "1+1 행사 중입니다."라는 말처럼

판단력을 흐리게 하는 조건이었다.


내 첫 소설의 계약은 5%였다.

물론 5천 권 이상 7% 만 권 이상 10%였지만

따지고 보면 5%의 계약이었던 것이다.


2월에 투고를 하여

나름 세 군데의 출판사의 출간 제의를 받았었다.


지금까지 결정하지 못했던 이유는

할 일이 많아 퇴고에 집중할 시간이 없다는 핑계였지만

내심 조건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이다.


'그런데 10%에 선인세?'

만나서 얘기하기로 하고 전화를 끊었다.



주말에는 오토바이 배달해야 하는데......


왜냐면 배달 단가가 높기 때문에

주말에는 돈을 벌어야 한다.

출판사 대표와 덜컥 주말 약속을 허락한 나를 보니

출간에 대해 꽤나 목이 말라 있었나 보다.




저녁에 산책을 하며 나비도 보고


길냥이 '키로'에게 사료를 들고 가서 밥도 먹이고

(오늘 녀석이 처음으로 배를 보여 줬다

배를 보여 준다는 것은 너를 믿는다는 일종의 언어다)





한 달에 7백만 원 이상을 받던 회사원 냄새가 사라졌다.

반년이란 시간이 지워준 것일까?


해외 경험이 많고

외국어를 유창하게 하고

골프 지도자 자격증이 있고

마케팅이라면 자신 있고

하다못해 버스 면허까지 있지만

나이 먹은 내가 갈 곳은 없었다.


돈을 벌게 해주는 오토바이 배달
미래를 꿈꾸게 해주는 소설
누군가에게 희망을 될 유튜브
내 마케팅 실력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쇼핑몰

튼튼한 내 몸이 그저 고맙기만 하다.

남들이 뭐라 해도 내 길을 뚜벅뚜벅 걸어 갈련다.


"기대? 좌절? 그런 거 몰라. 그냥 할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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