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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냥하자 Jul 19. 2021

잡생각 없이 그냥 하는 위대함 #13

술에 취한 환상보다 멀쩡한 현실이 좋은 이유

올해 3월부터 술을 끊었다.

물론 완전히 끊은 것은 아니지만 술을 먹은 횟수는 정확히 다섯 번이다.  


결론을 먼저 말하면 이제 술을 못 먹겠다.

지금처럼 오십을 바라보는 내 몸뚱이가 술을 거부하고 있다.

한 병도 못 먹고 자리에서 일어나는 나를 보며 기쁨과 실망이 교차했다.

술과 정말 안녕해도 되는 시간이 왔구나
나도 늙었네. 시간 참......

  


술을 끊겠다고 결심한 이유 두 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술이 주는 가상현실이 싫어졌다.

술 먹을 때에 몽롱하고 기분 좋아진 내 모습과 다음 날 현실로 돌아온 내 모습.

취한 나는 가짜인 것이다.


두 번째는 술과 교환을 해야 하는 아까운 내 시간 때문이다.

술을 먹게 되면 단 10분이라도 다음날 영향을 준다.

젊을 때야 부어라 마셔라 청춘은 영원하다 하면서 내일이 없다는 듯이 마셨지만 이젠 술 때문에 내 시간이 방해를 받는 것 같아 극도로 술이 싫어졌다.














우거지 소머리 국밥과 소주.

십여 년간 해외 출장을 다니며 저런 사진만 봐도 귀국을 하면 꼭 한잔 해야지 했는데 그것도 때가 있나 보다.


반 병 정도 먹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술은 먹지 말아야겠다는 걸 재 확인한 셈이다.


술 없으면 무슨 즐거움으로 살까 걱정한 적이 있었다.
현실과 환상을 구분도 못하는 바보 같은 인간이었다.


그런데 나는 무슨 말이 이렇게 많지?

그냥 안 먹으면 되는 걸. 그만 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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