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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냥하자 Jul 19. 2021

잡생각 없이 그냥 하는 위대함 #12

카페 구석에 앉아......

소설을 처음 쓸 때가 생각난다.


초고를 쓸 때 계속해서 조용한 카페를 찾았었다.

카페를 간 특별한 이유가 있었던 것은 아니고

그렇게 해야만 무언가 떠오른다고 믿었고

집에서 쓰면 좋은 글이 나오지 않는다 여겼기 때문이다.

지금은 그 때와 생각이 다르다.


소설을 세 권 쓰고 느낀 것은

(첫 소설 출간, 두 번째 글은 지난주 계약, 세 번째 글은 심사 중)

초고는 카페 같은 곳이 좋고 퇴고는 집이 좋다는 것이다.


초고는 아무래도 감성으로 밀고 나가야 하는 것이기에

내 감정을 좀 펼쳐놓고 느껴지는 대로 써야 한다.

통화하며 짜증 내는 젊은 여성

큰 목소리로 이야기를 하는 아저씨

들어오고 나가는 사람들 소리, 문에 걸린 방울 소리 등등

나에게 있는 모든 감각을 열고 많은 상상을 한다.

캐릭터가 잘 만들어지지 않을 때 가끔 주변의 사람들 덕에

만들진 적도 있으니 말이다.


그러나 퇴고는 전혀 다르다.

퇴고는 이성이 지배해야 하고 냉정하게 판단해야 한다.

슈퍼스타 K의 심사위원처럼 차갑게 글을 평가해야 하는 것이다.

많이 쓴 글이 아까워 고민하지도 말아야 하고

마지막 한 부분을 고쳐 앞의 많은 부분을 손을 대야 한다고 여겨지면

과감하게 수정할 수 있어야 한다. 물론 엄청난 작업이긴 하지만.


초고는 감성, 퇴고는 이성
초고는 양, 퇴고는 질
초고는 요리하기, 퇴고는 플레이팅



오늘 약속이 있었지만 내일로 미뤄졌다.

오토바이 배달을 하지 않고 카페에서 이것저것 하고 있다.

쇼핑몰 내용도 수정하고 새롭게 소싱할 제품도 찾았다.


계약한 소설을 지금부터 수정해야 하는데 쉽게 열어보지 못하고 있다.

한 번 열게 되면 온전히 푹 빠져야 하기 때문이다.

퇴고는 시작하면 다른 걸 할 수가 없다.


밥을 좀 먹으면 괜찮아지려나?













아니었다.

배만 부르고 여전히 파일을 열지 않고 있다.

어서 작업해야 하는데.


소설을 써 본 누군가와 하루 종일 얘기하고 싶다.

매일 열 개씩 제품을 팔고 싶다.

유튜브 구독자가 많았으면 좋겠다.

오토바이 사고가 나지 않았으면 한다.

여행 가고 싶다.


휴~~~

담배 피우고 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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