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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냥하자 Aug 24. 2021

그게 경청이야?

결론부터 말하자면 경청의 본질을 회사는 잘못 알고 있다.


텍스트 자체의 의미는 傾(기울어질 경) 聽(들을 청) 기울여 듣다 라는 뜻이다. 기울여 듣다는 말처럼 경청이 잘 들어주는 것이 먼저라고 생각하는가? 경청의 3단계 5단계 등 경청 자체를 듣는 것으로 착각하는 경우가 많다.


회사에서는 경청을 중요한 덕목이라고 말하고 있다. 유명한 대기업도 소수가 모인 작은 기업도 모두 경청을 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래서 경청 자체를 강조해서 '경청'이 잘 되고 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회사가 있다면 손을 조용히 들어주길 바란다.


우리는 경청이라는 것을 잘 들어주는 것에만 집착하고 있다. 이건 대단한 착각이다.




어릴 적 친한 친구의 고민을 한 번쯤 들어 보았을 것이다. 그 친구가 고민을 털어놓게 된 것은 내가 해결사이거나 유명한 카운슬링을 잘하는 사람도 아니었을 것이다. 그저 친구와의 신뢰감 하나만으로 그가 고민을 말했던 것이다.


회사에서는 어떠한가.

갑작스레 팀장, 선배가 불러서 '요즘 무슨 문제 있어'  '할 얘기 있어? 다 들어줄게'라고 한다면 우리는 얘기할 수 있을까? 아마도 얘기하기가 꺼려질 것이다. 아니 얘기를 하더라도 속내를 털어놓기는 어려울 것이다. 왜냐하면 그와의 신뢰관계가 없기 때문에 진짜 속내는 숨기고 만다.


신입 팀장이나 리더들이 가장 실수를 하는 것 중에 하나가 경청을 이런 식으로 한다는 것이다. 그저 들어줄 테니까 얘기해 라고만 한다면 그 누구도 진짜를 말할 수 없을 것이다.



경청은 듣는 힘이 아니라 '상대를 말하게 하는 힘'이다.
그렇다면 상대를 말하게 하는 힘은 어디서 올까?
그것은 바로 신뢰, 즉 상대와의 믿음이다.


상대에 대한 신뢰가 없이는 진정한 의미의 경청이 불가능하다. 상대가 진심으로 말하지 않으니 가짜 경청이 되고 만다. 신뢰와 믿음이 없다면 상대는 침묵할 것이고, 얘기를 한다고 하더라도 가짜를 얘기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경청은 상대의 진짜를 듣기 위함 아닌가? 양보다는 질인 것이다.


상관인 당신은 지금도 경청을 이렇게 하고 계시나?

팀원이나 후배를 앞에 앉혀 놓고 다이어리를 장식처럼 펼쳐 놓고 가식의 미소를 짓는다. '자~ 이제 얘기해봐. 다 들어줄게. 나는 다 들어줄 준비가 되어 있어.' '난 들어주려고 했는데 네가 얘기를 안 하는 것이야. 난 경청하려 했는데.'


차라리 그 직원이 좋아하는 음식을 함께 먹는 것이 훨씬 좋을 것이다. 약간의 스킨십만으로도 그와의 신뢰는 쌓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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