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단오르기 2

가을이 왔어요

by 윤사과

여름날의 계단 오르기는, 내가 굉장한 운동을 하고 있다고 착각하게 만든다.

3층 남짓 오르면 심장은 금세 가빠지고, 땀은 운동복에 그림자를 만든다.

꼭대기층에 다다르면 사막을 건넌 나그네처럼, 살아남았다는 사실에 감격한다.

기진맥진한 몸으로, 구사일생한 사람처럼 집으로 돌아간다.


그러다 가을이 오면, 여름날의 금의환향이 얼마나 헛된 일이었는지 웃음이 난다.

3층쯤은 거뜬하고, 10층을 올라도 숨은 차오르지만 땀은 한 방울도 나오지 않는다.

운동이 되긴 하는 걸까. 의문이 고개를 들 무렵,

그제야 눈앞에는 그동안 보지 못했던 풍경들이 펼쳐진다.


가을을 온전히 입은 레드로빈,

유리창 너머로 흘러가는 사람들의 하루,

아직 완전히 밝지 않은 새벽녘에 살짝 비켜 선 달,

어둑한 하늘 아래에서도 묵묵히 자태를 드러내는 산의 능선.


이 모든 것은 가을이 되고서야 비로소 내 눈에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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