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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음 Nov 03. 2022

주식이 밀이 되면 말이죠

유럽 여행기 16


 우선 제목에서 주식이란 단어 사용으로 만의 하나 제목에 낚이신 분들이 계시다면 심심한 사과의 말씀을 전한다. 많이들 물려있는(?) 그 주식이 아니라, 주된 식사라는 뜻의 그 주식을 의미한다. (물린 주식이 아니라 먹는 주식을 기원합니다..) 유럽 여행을 다녀와 추억하며 기행을 적고 있다. 오늘의 이야기는 여행 14일째, 체코 프라하이다.





 2주째 삼시세끼 밀가루 식사를 했다. 빵순이인 나는 조식을 먹을 때마다 반가웠고 식당에서 먹는 음식들도 웬만해서는 맛있게 먹는 막입이었음을 깨달았다. 여행 시작 전까지 운동을 했었던 몸이 여행이란 방패로 마음껏 먹고, 여행을 날개삼아 여기저기 다니느라 지친 다리는 퉁퉁 부어 잠들기 일쑤였다.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고 했던가. 나의 여행은 먹고 걷고 잠들어라 였다. 

 

 프라하에 방문했으면 빠질 수 없는 코스, 프라하 성을 구경하는데 길을 잘못 찾아 한참 오르막을 올라야 했다. 이 기회에 운동한다며 오랜만의 자극에 흠칫했으나 역시 운동과 여행은 균형이 잘 맞지 않는 것이다. 결국 금세 피로가 되어버렸다. 비엔나에서 비 오는 날 쌀쌀한 공기와 만난 후로 앞으로 있을 스위스 일정에 대한 염려가 생겨났다. 출발하기 전부터 유럽의 이상 고온이라는 뉴스를 겪은 터라 여름옷과 얇은 외투만 챙겼었다. 여유가 생긴 틈을 타 ZARA나 H&M 매장을 서성였다. 8월임에도 겨울 옷을 판매하고 있었으나 음, 아무리 그래도 겨울 외투는 노파심이겠지 싶었는데 인간은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지. 결국 나는 얇지 않은 여름옷을 사는 것으로 쇼핑을 마무리했다. 그리고 이후에 스위스에서 얼마나 추위에 덜덜 떨었는지 모른다.

 가을이 서서히 물러가는 흐린 오늘의 바람이 마치 스위스를 경고하는 비엔나의 예고편을 보는 듯해 벌써부터 올 겨울이 두렵다. 아무래도 이번 겨울은 어딜 가나 꽁꽁 싸매고 다닐 듯하다.



프라하 성 외관과 내부



 추천받은 식당 중 한국식 중식당이 있었다. 유럽까지 왔지만 슬슬 한국의 맛이 그리워질 때가 되었다. 생각보다 이곳에서의 식사는 계속 먹다 보면 어떤 음식이든 다 비슷한 느낌이었다. 눈에 익은 한글 간판을 찾아 들어가니 한국 노래와 한국인 서버까지. 어찌나 반가웠는지 모른다. 심지어 손을 들어 자유롭게 주문을 하고, 메뉴도 빨리 나왔다. 한국에서는 당연하기만 했던 것들에서 감탄이 뿜어져 나왔다. 세 명이서 짬뽕과 짜장면, 사천 탕수육 L사이즈를 시켰다. 와... 이건...! 한국에서 먹던 바로 그 맛이야! 이전에도 중식당을 두어 번 방문한 적이 있었지만 한국에서 먹던 맛과는 미묘하게 달랐었다. 그런데 한국에서 먹던 맛 그대로, 아니 오히려 더 맛있어서 감격했다. 기분 좋게 식사를 마치고 계산을 하려는데 영수증에 찍힌 1780 Kč라는 숫자를 본다. 음? 이게 얼마지? 당시 환율로 9만 9천800원이었다. 쿨..럭. 참고로 체코는 다른 유럽 지역에 비해 물가가 저렴한 편이다. 이 먼 땅에서 한국을 느끼기 위한 값이 이 정도라니. 눈을 질끈 감았다. 체코의 화폐는 '코루나'라고 읽는다. ㅋㄹㄴ에 대한 좋지 않은 추억이 적립된 듯하다.



 숙소로 돌아와 쉬다가 깜빡 잠이 들었다. 내일이면 벌써 체코를 떠난다. 체코에서는 맥주를 '흐르는 빵'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과연 체코 사람들의 맥주 사랑이 느껴지는 표현이다. 맥주를 더 맛보지 않고 체코를 떠나기엔 아쉬워 숙소 근처 체코 음식점으로 향했다. 저녁으로 나도 흐르는 빵을 좀 먹어볼까! 체코의 대표 맥주 필스너와 코젤. 필스너는 필스너대로, 코젤은 코젤대로 맛있으니 두 잔으로는 부족한 것이다. 흠 세 번째 잔을 고르던 중 필스너와 코젤이 반반 섞인 맥주가 있었다. 이 분들.. 배우신 분들이다. 세 번째 잔을 고르면서 말하기엔 믿기지 않겠지만 개인적으로 맥주를 별로 즐기는 편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맛있는 걸! 이건 맥주가 아니야 흐르는 빵이지! 주관적으로 반반 섞인 게 제일 맛있었다. 두 맥주가 한 잔에서 섞이지 않고 층을 이루고 있어 코젤의 다크함과 필스너의 깔끔함을 둘 다 느낄 수 있었다. 



 스포(?)를 하자면 약 한 달 간의 유럽 여행으로 5kg를 증량해왔다. 장기 여행이란 이렇게 위험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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