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육아는 훌륭하다 #50
한국에서 카페는 어른의 공간이다. 어른들이 모여앉아 어른들의 커피를 마신다. 엄마 손잡고 온 아이들은 불청객 취급 받곤 한다. 처음부터 아이를 위한 공간이 아니하므로.
뉴질랜드에 살며 가장 생소했던 건 카페 문화였다. 오후 4시면 닫는 것도, 플랫화이트나 롱블랙같은 낯선 메뉴도 그랬다. 체인보단 로컬카페가 절대 우위인 것도 놀라웠다. (뉴질랜드의 수도인 웰링턴에 스타벅스는 단 2개다.) 커피의 맛은 매번 놀란다. 그런데 값은 저렴하다. 라떼든 롱블랙이든 삼천원 수준. 아이스 커피가 드물다는 것을 제외하면 반갑고 행복한 생소함이었다.
하지만 가장 좋았던 건 따로 있다. 이 곳에서 카페는 아이를 위한 공간이기도 하다. 그걸 상징하는 것이 '플러피'. 아이를 위한 커피다.
엄마의 라떼와 아이의 플러피가 나란히. 우유 거품을 따뜻하게 데워 초코 가루를 뿌려준다. 뽀얀 마시멜로우가 가지런히 놓인다. 아이는 마시멜로우 가루를 입가에 묻힌 채 우유거품을 홀짝인다. 아이도 이곳의 어엿한 손님이 된다.
로컬 카페만이 아니다. 맥도날드, 스타벅스에도 플러피를 판다. 어떤 가게에선 무료, 비싸봤자 천원 남짓.
귀여운 플러피와 뽀얀 마시멜로우를 보며 내 아이가 존중받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 건 오버일까.
아이와의 카페 데이트가 즐거운 나라, 아이를 위해 커피를 만드는 나라- 뉴질랜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