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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on May 31. 2017

좋은 엄마는 행복한 엄마다.

모든 육아는 훌륭하다 #53

아이를 두고 떠난다. 무려 49일이다.


4년 전 이민오며부터 난 재택근무자였다. 운좋게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었고 운좋게 회사에 적을 두고 월급을 받았다. 빨래 널고 찌개 올려놓고 카톡으로 회의를 했다. 대용량 메일을 걸어놓고 어린이집 픽업을 갈 수 있었다.


하지만 한계는 왔다. 물리적인 접촉 없이 내 실력은 조금씩 촌스러워졌다. 회사 돌아가는 걸 모르니 조바심이 났다. 그 조바심을 여차저차 수습해준 건 일년에 1,2번 한국에 머무는 시간이었다. 그 길은 늘 아이와 함께였다.


하지만 변수는 나와 회사만은 아니었다. 어린이집에서 친구를 사귀고 영어로 이야기하게 된 아이는 지난 번 한국에 다녀온 후 아침마다 참 많이 울었다. 몇 날 며칠을 아이의 울음과 씨름하며 깨달았다. 이제 더 이상 아이는 내 품에만 머물지 않았다. 아이의 세계가 생겼다. 엄마 따라 자주 바뀌는 환경은 아이의 그 세계가 단단해지는 데 좋지 않았다.


남은 선택은 두 개였다. 나도 가지 않던지, 나만 가던지.


내 마음은 내가 잘 알았다. 난 가고 싶었다. 사람들과 어울리며 사는 치열한 일상이 그리웠다. 부딪히고 경청하며 배우고 싶었다. 내게 일이란 월급줄 그 이상이다. 난 일을 할 때 행복했다. 육아에 정답은 없다지만 단 한 가지, 내가 굳게 믿는 한 줄이 있었다.


"엄마가 행복할 때 아이도 행복하다."


그 한 줄에 의지해 표를 끊었다.


방금, 내일 새벽 비행을 앞두고 49일 동안 맛보지 못할 아이와의 굿나잇 수다를 누리고 나온 참이다. 두 달 전부터 매일 밤 아이에게 말했다. 엄마는 좋아하는 일을 하러 두달 동안 한국에 갈거야. 엄마는 딸이 정말 보고 싶을 거야. 엄마 마음은 원이 옆에 있을거야. 아이는 이제 내가 한 말을 그대로 따라 왼다.


"엄마. 걱정마. 엄마 마음이 원이 옆에 있어서 원이는 괜찮아."

"엄마. 엄마가 보고싶으면 페탐할게. 괜찮아 괜찮아."

"엄마. 올때 사탕 많이 사올거야? 근데 뛰어오면 떨어뜨릴 수도 있으니까 천천히 와."


그렇게 재잘대다 아이는 잠들었다. 자그만 아이가 주는 거대한 행복을 누리지 못할 49일이 너무 길게 느껴지는 순간.


아이를 키우며 늘 행복했던 건 아니었다. 불행도 있었다. 그 절정은 3년 전이었다. 모유가 잘 나오지 않아 핏물이 흐를 때까지 유축해야 했던 그 밤들. 나아질 기미없이 반 년을 그렇게 살았다. 분유 먹이냐 묻는 지인의 순진한 질문에도 위축됐다. 아이가 아플 때면 더했다. 그럴수록 모유에 집착했고, 딱 그 집착에 비례해 불행했다. 그 고리를 끊은 건 책 한 권이었다.


< 늘 웃는 엄마 >



저자 가요코 할머니는 이렇게 말했다.

기저귀를 일찍 떼는 것이든 무엇이든 엄마가 편해지려는 것에 죄책감을 가질 필요없다고. 엄마가 행복해야 아이가 행복하다고.


그 한마디의 위로에 난 유축기를 보자기에 싸서 넣었다. 그 후로 한 번도 육아가 불행하지 않았다. 더 많이 웃었고 더 많이 감사했고 더 많이 평온을 느꼈다. 가요코 할머니가 옳았다. .


49일. 일이 주는 행복을 만끽하자. 그리고 50일되는 밤 아이의 볼을 부비며 또 행복하자.


좋은 엄마는 행복한 엄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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