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육아는 훌륭하다 #61
지난 3개월 간 어머니는 우리와 함께 머무셨다.
맛난 찰밥을 해주셨고,
손이 많이 가서 해보지 못했던
육개장을 몇 번이나 끓여 내셨다.
같이 계시는 동안 가장 행복했던 건 딸아이였다.
아이 어린이집 픽업길엔
항상 주전부리를 챙기셨다.
유모차에서 그걸 까먹으며
아이는 참 좋아했다.
한 번은 한 친구가
아이를 때리는 걸 어머니가 보셨다.
도깨비 눈으로 '이놈!'하는
할머니를 보며 아이는 울음을 그쳤다.
잠들기 전이면 동화책을
개미처럼 방으로 날랐다.
그 책을 다 읽고야 잠이 들었다.
어제는 그런 할머니의 마지막 날이었다.
남편은 꽃다발을, 나는 케이크를 준비했다.
노래를 부르고 촛불을 끄는 게
아이의 몫이었다.
케이크가 있으니 촛불은 켰는데,
정작 어떤 노래를 불러야 할지 난감했다.
아이는 답을 알고 있었다.
"해피 라스트 데이 투유
해피 라스트 데이 투유
사랑하는 그랜마
해피 라스트 데이 투유"
이렇게 자란 아이 앞에
우리 모둔 각자의 생각에 잠겼다.
나는 먹먹했고 남편은 신기해했다.
어머님은 무슨 생각을 하셨을까.
그 생각은 길게 가지 않았다.
박수가 끝나자 아이는 외쳤다.
"할머니 생일 축하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