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육아는 훌륭하다 #67
해밀턴이란 도시에 기대는 없었다.
기껏해야 목적지인 코로만델 코브로
가기 위한 베이스 캠프 정도.
하긴.
가이드북도 별 거 없는 도시라 했다.
이 곳에 살다 온 친구는 거길 왜 가냐 했다.
인터넷엔 별 정보도 없었다.
그런 도시의 어떤 길을
심드렁하게 걷던 어느 순간,
내가 틀렸단 걸 알아챘다.
뜻밖의 봄이 펼쳐지고 있었다.
벚꽃비였다.
이런 꽃비를 맞던 스물 몇 살의 봄,
그 순간들의 감정이 순식간에 밀려왔다.
아이는 '꽃비'란 말을 처음 듣고, 말했다.
길게 이어진 길을 손잡고 걸었다.
그야말로
뜻밖의 행복이었다.
...
우린 누구나
내가 듣고 내가 보아온 행복을 꿈꾼다.
그래서 남들이 좋다는 학교,
회사를 향해 달리고
다들 좋다는 여행지에 솔깃한다.
그렇지 못했을 때
우린
'실패'에 좌절하고
'지금'에 심드렁해진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인간이 한 번이라도 밟아본 땅은
이 지구의 백 분의 일이나 될까.
아직 누구도 밟아보지 않은 땅에 대해
누구도 말할 수 없는 것처럼
우리가 미처 겪어보지 못한 행복은
내 삶, 내 미래 어디든 있다.
그래서
바라왔던 딱 그 지점의 행복에 닿는데
실패했더라도 괜찮다.
미처 알지 못했던 방법으로도
나는 행복을 느낄 수 있으니까.
좌절에 우느라 바빠서, 혹은
현실에 심드렁해져 눈감고 살지만 않는다면 말이다.
내 딸의 이름은 '원'이다.
바라는 삶을 살라고 그리 지었다.
딸에게 우리가 원하는 삶은
생각치 못한 어느 순간, 지점에 있을수도
있다고 말해주고 싶다.
오늘 꽃비처럼.
그러니
좌절에 매몰되지 말고
현실에 심드렁하지 말고
눈 크게 뜨고 열심히 걷자. 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