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실패는 훌륭하다 #9
오래 바라던 것을 놓쳤다.
한동안 멍하더니
환장하던 고기도 안 먹힌다.
아이의 애교도 남편의 배려도
만사가 거슬렸다.
그즈음,
한 배우가 떠났다.
유독 그냥 사람 같았던 그여서였을까.
그의 삶을 자꾸 생각하게 된다.
나만은 아니었을 것 같다.
그러다 한 기사를 봤다.
그가 떠나기 얼마 전 했던 인터뷰가
뒤늦게 세상에 나온 것.
[추모 인터뷰] “똥길로는 걷지 말자” 故 김주혁의 마지막 말을 기억하며
'똥길로는 걷지 말자.'
그 한 문장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리로 가면 안되는 걸 아는,
그렇게 살면 안되는 걸 아는 그 삶이 똥길이다.
지금 나에게 똥길이란
돌이킬 수 없는 실패를 붙잡고 질질짜는 것.
그 똥을 즈려 밟느라 바로 곁에 놓인
금쪽 같은 내 새끼의 꽃길,
사랑하는 남편의 꽃길,
재밌게 하며 돈도 받는 일의 꽃길을 즐기지 못하는 것.
갑자기 찾아온 멋진 여름의 꽃길을 즐기지 못하는 것.
언제 어찌 될지 모르는 인생에서
지금 이 순간을 만끽할 수 있는
가장 단순한 방법,
'똥길만은 걷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