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토가 간절한 밤

모든 실패는 훌륭하다

by Yoon

불운은 혼자 오지 않는다더니,

그 말이 요즘 내 말이 됐다.


나와 아이의 몸이 꽤나 아팠고

집에 도둑이 들었다.

회사에선 밥값을 못했다.


남탓이라도 할 수 있다면 좋으련만

모든 화살은 나로 향한다.


내가 더 챙겼어야 했던 나와 아이의 건강.

내가 더 단속했어야 했던 현관문.

내가 더 잘했어야 했던 프로젝트.


때는 연말인데 기분은 수능.

흥이 나지 않는 자리를 서둘러 파하고

집으로 향했다.


추운 밤공기를 빼꼼히 내민 얼굴로 맞으며

문득 교토가 그리웠다.

마침 지하철 역사에 딸린 서점이 눈에 들어왔다.


집 앞 <도쿄빙수>에서

도쿄바닐라라떼를 마시며 읽었다.

임경선의 <교토에 다녀왔습니다>


아무도 내게 원치않는 눈길을 주지 않던 곳.

무심한듯 편안했던 도시.

엄마로서, 직장인으로서

쓸모있는 뭔가를 하지 않아도

하등의 문제가 되지 않던 그 시간이

내겐 교토였던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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