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실패는 훌륭하다 #8
잠들기 직전의 딸은 사랑스럽다.
나는 딸이 골라온 책 4권을 읽어준다.
오늘 좋았던 일들을 3가지씩 털어놓는다.
사랑한다는 말을 100번 쯤 하며 볼을 부빈다.
어제도 그랬다.
"엄마가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는 사람이 누구지?"
'바로 너!'란 멘트를 혀 끝에 준비해놓았건만,
딸은 엉뚱한 대답을 내놨다.
"그건 엄마지~"
잘못 알아들었나 싶어 다시 물었다.
"아니아니, 엄마가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는 사람이 누구냐구~"
"그니까. 엄마는 엄마를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지!"
말문이 막힌다는 게 이런거구나.
"응? 그...래?"
"엄마가 그랬잖아.
사람은 원래 자기를 가장 먼저 사랑해야 한다고!"
...
잠시 후 아이는 잠들었다.
쌔근쌔근 고른 아이의 숨소리를 들으며
한참을 누워 있었다.
이만큼 컸구나.
엄마가 하는 말을 뼈에 새기고 있구나.
정신 단디 차리고 제대로 살아야겠구나.
뱉은 말은 부러 적어놓고라도 지켜야겠구나.
딸 말대로, 나부터 나를 사랑해야겠구나.
...
그림 하나가 떠올랐다.
내일 딸에게 꼭 보여줘야겠다고 생각했다.
다른 사람이 당신을 어떻게 보든 상관없어.
당신이 당신을 어떻게 보는지, 그게 전부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