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승하려던 비행기를 놓쳤다.
한 승객이 수속만 하고 타지 않은거다.
그의 짐을 빼느라 1시간 20분 연착.
착륙하자마자 전속력으로 달렸지만
갈아 타려던 비행기는
이미 탑승을 마감했다.
직원은 내게 8시간 후에 출발하는
티켓을 내밀었다.
3개의 짐과 5살짜리 아이가 있는 내게.
너무 당황한 나머지
쪽팔리게 찔끔 울고 있는 사이,
아이는 내 바짓가랑이를 붙들고 벌써 심심해한다.
막막했다. 8시간이라니.
억울했다. 내가 뭔 죄여.
속상했다. 내딸은 뭔 죄여.
하지만 한편으론 뭉클했다.
승무원은 어떻게든 시간 맞춰보겠다며
퍼스트클래스 승객보다 우리를 먼저 내려줬다.
한 공항직원은 ‘8시간’ 이야기를 듣고
어쩔줄 몰라하며 따발총처럼 무전기를 해댔다.
다른 공항 직원은 잠든 아이앞에
말없이 유모차를 놓고 갔고,
내가 아이를 눕히는데 성공하자
“마담!” 하고 부르곤 쌍따봉을 들었다.
그들의 모든 수고가
당연하지 않단 걸 안다.
아시아나항공은
안전규칙에 근거,
타지않은 승객의 짐을 내려야했다.
콴타스항공은
제시간에 타서 이륙을 기다리고 있는
다른 수백명을 위해
당연히 내 탑승을 거부해야했다.
내 처지를 돕기 위해
백방으로 달려준 것만으로
그들은 할 일을 다했다.
누구도 어찌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가슴 속 화로 남과 나를 볶진 말자.
(짐만 싣고 비행기 못 탄 그 분도
뭔가 사정이 있었겠지. 급성 설사병이라던가,
공항에서 30년 전 첫사랑을 만났다거나.
뭐, 응원한다.)
지금 내 딸은 내 품에 안겨 코를 골고 있다.
이리 끌어안고 재운 게 얼마만일까.
아이와 단둘이 끌어안고 부비적댈 수 있는
8시간이 주어진거다.
그러고보니,
결코 나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