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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on Jan 18. 2018

엄마, 다 잘 할 순 없는거야.

딸을 재우러 들어갔다.

졸려하는 딸의 통통한 팔뚝에

볼을 부비며 투정을 좀 했다.


“오늘 엄마가 좀 속상했어.”

“왜에? (졸림졸림 건성건성)”


“엄만 일을 잘하고 싶은데,

점점 잘 못 하게 되는 것 같아.”

“그래? 엄마 속상했겠다.”


반쯤 돌아누워 그 작은 손으로

내 등을 토닥 거린다.


“근데 엄마, 모든 걸 다 잘할 순 없어.”

“응?”


“그래도 잘하고 싶은 건

계속 하다보면 잘할 수 있을거야.”

“응??”


“워니가 도와줄게. 천천히 한 번 해보자.

근데 엄마.”

“응???”


“자고 나서 도와주는 건 어때?

워니 너무 졸......”


엄마를 이렇게 놀라게 해놓고

순식간에 잠들어버린다.


‘그런 이쁜 말을 어디서 배웠을까.’



사실,

그 말은 내가 딸에게 해준 말들이었다.


인형옷도 잘 입히고 싶고

자전거도 잘 타고 싶은데

그렇지 못해 발 동동 구르는 딸에게

“모든 걸 다 잘할 순 없어. 잘 못 해도 괜찮아.”

라고 말했었다.


자전거 페달에 올려진 두 발이

맘대로 움직여지지 않는 딸에겐

“그래도 하다보면 잘할 수 있을거야.

엄마도 자전거 배울 때 처음엔 앞으로 못 갔어.”

라고 이야기했다.


같이 해보자고,

도와주겠다고, 그렇게 이야기했던 걸

아이는 기억하고 이야기했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


엄마의 말보다 내 딸이 더 유심히 지켜보고,

기억하고 있을 것은 엄마의 ‘삶’이다.


내가 고난 앞에 일어서는지,

불행 앞에 울고만 있는지,

실패 앞이 그냥 도망치고 마는지.


내 말을 따라하듯

내 삶을 따라 살 거란 것에 생각이 미쳤다.


아이가 언젠가 힘든 시간을 지날 때

마냥 울고만 있지 않았으면 좋겠다.

바로 그 때,

내 딸이 지어주길 원하는 표정을 지금 내가 짓자.

내 딸이 되뇌이길 원하는 주문을 지금 내가 외자.


엄마는,

잘 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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