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총리
제신다 (Jacinda Ardern)가 임신을 했다.
80년생으로 올해 39살, 3개월차 총리다.
'총리의 임신'은 낯설었다.
'3살의 득도'라던지 '애완견의 입시',
'MB의 청렴'같은 뉘앙스로 들렸다.
그녀의 임신소식을 전하는 뉴스를 읽으며
난 몇 번 더 놀랐다.
1. 세상에, 모두가 축하했다.
'임기 중의 임신이라니, 무책임한 것 아닙니까!'
이딴 식의 책임론같은 건 어디에도 없었다.
축하만 넘실댔다.
2. 그녀는 눈치보지 않았다.
그녀는 정말 기뻐했다.
그냥 이렇게 말했다.
"I'm only human".
"나도 그저 사람이에요."
20년 전 최초의 뉴질랜드 여성총리였던
헬렌 클라크는
제신다의 임신을 축하하며 이렇게 말했다.
"Every woman should have
the choice of combining family & career."
"모든 여자는 가족과 커리어의
조합을 선택할 수 있어야 해요."
3. 뉴질랜드엔 가족 때문에 사임한 총리도 있다.
이전 총리인 존 키가 사임한 이유도 가족이었다.
그는 사임하며 이렇게 말했다.
"저는 정치에서 놀라운 경력을 이루었지만
제게 가장 소중한 사람들, 곧 제 가족에게는
큰 희생이 요구되었습니다.
저는 제 아내와 두 자녀와 함께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습니다."
4. 그녀에겐 출산 후 6주의 휴가가 주어진다.
무급이다.
그녀는 법률상으로 고용인이 아니기에
법적으로 보장된
유급휴가의 대상이 아니다.
사실 한국의 출산관련 복지는 상당히 훌륭하다.
출산휴가 포함 15개월 동안 급여를 받을 수 있다.
아이가 꽤 클 때까지 꼬박꼬박 통장에 돈이 찍힌다.
어린이집은 거의 공짜다.
이 곳은 다르다.
뉴질랜드의 유급육아휴직은 반년에 불과하다.
아이를 키운다고 돈을 주지도 않는다.
어린이집에 풀타임으로 보내려면 한달에 100만원이다.
오직 돈 때문에 아이를 낳고
오직 돈 때문에 아이를 낳지 않는 것이
아니라는 의미다.
"임신이든 일이든, 개인의 선택이 존중된다."
"총리든 뭐든, 가족의 가치가 제일이다."
"불가피한 경우, 의무와 책임은 나눠진다."
제신다의 임신은
이 곳에선 누구라도
그럴 수 있단 것을 보여준 멋진 한 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