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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on Jan 03. 2019

님아, 아킬레스건만은 건들지 마오

”아들 하나 낳아야지.” 늘 아프게 박히던 질문.


유독 언짢게 들리는 말이 있다. 

내겐 '아들 타령'이 그랬다. 

"아들 하나 낳아야지."

볼 때마다 환장하게 이쁜 둘째딸이건만

지인들의 아들 타령은 괴로웠다.

경우없는 질문이라 치부하고 넘기라는 

남편의 말에 또 한 번 발끈했다.

"당신은 안 겪어봤잖아. 딸이라 받은 차별같은 거."

그제야 알았다. 

그 질문이 유독 아팠던 건

그들의 무례한 질문에 앞서

나의 오래된 상처가 있었기 때문이란 걸.


그 시대 할머니들이 대개 그러셨겠으나

우리 할머니는 유독 심하셨다. 

"딸은 쓸모없어."

"너도 나중에 시집가서 아들낳아. 딸 말고."

"난 아들이 좋아. 딸은 어디다 써."

이런 레퍼토리를 20년을 함께 살며 들었다. 

말하자면 '아들타령'은 

내 20년짜리 상처다.

내 마음의 '아킬레스건' 같은.




우리 모두에겐 각자의 아킬레스건이 있다. 


20대 후반 여성 A는 

자신의 생일에 스키니진을 선물한 남자친구에게 화를 냈다. 

A의 아킬레스건은 '두꺼운 하체'였다. 


50대 중반 여성 B는 

카톡에서 틀린 맞춤법을 놀린 딸과 며칠 째 냉전 중이다. 

B의 아킬레스건은 '짧은 가방끈'이다.


30대 남성 C는

어머니 용돈 인상을 반대하는 아내에게 불같이 화를 냈다. 

C의 아킬레스건은 '홀로 계신 어머니'다.


우리 모두는 각기 다른 아킬레스건을 품고 산다.

살면서 가장 아픈 기억이 각기 다르기에.



아킬레스건은 꽃으로 때려도 아프다.


어른들의 아들 타령이 버겁다 넋두리하는 내게

남편은 읽던 책을 마저 넘기며 이렇게 말했다.


"그냥 의미없이 하신 말씀을

그렇게 예민하게 받아들일 필요있나?"


내겐 20년짜리 상처지만

장손으로 태어난 그에겐 

뉴스 기사로 배운 감정일 터. 


우리가 겪는 많은 갈등은

상대의 아킬레스건이 무엇인지,

그것이 얼마나 아프게 느껴지는지 몰라서 발생한다는 걸

남편과의 오랜 언쟁에서 배웠다. 


이봐요. 아킬레스건은 꽃으로 때려도 아프다구. 



나와 당신을 아프게 하지 않을 4가지 방법


2018년엔 유독 사람 관계가 힘겨웠다.

가까운 사람과의 대화가 벽처럼 느껴지기도 했고,

각별한 사람과 관계가 단절되기도 했다. 

나도 줬고, 나도 받은 그 상처를 수없이 뇌까리며

4가지를 생각했다.


누군가를 그리고 나를 아프게 하고 싶지 않거들랑


1. '저 사람 마음의 아킬레스건은 무엇일까' 골똘히 고민할 것.

2. '적어도 그 아킬레스건만은 건드리지 않으려' 늘 조심할 것.

3. '내 아킬레스건은 이런 것입니다' 담담히 드러낼 것. 

4. '유독 아픈 곳을 찔렸을 때도 상대의 의도마저' 오해하진 말 것.



"딸 둘 며느리, 엄만 그저 부럽네." 


올해 둘째 딸을 낳았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적지 않은 아들타령에 시달렸다. 

그때마다 누워서 고구마 먹은 것마냥 속이 답답했다.

그걸 뚫어준 건 뜻밖에도

시어머니의 한 마디였다. 


"딸 둘 엄마 되네. 좋겠다. 

아들만 둘인 엄만 그저 부럽네."


찔렸을 때 가장 아픈 곳을

누군가 토닥토닥 보다듬으니

세상 따뜻해졌다.


그래서 한 줄 더 추가. 


5. '상대의 아픈 경험이 치유될 수 있게' 다독여줄 것



+


문득 내가 숱하게 찔렀을 지난 인연들에 미안해진다.

당신의 아킬레스건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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