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는 하루에도 몇 번 씩
시시껄렁한 이야기를 주고 받던 친구였다.
그런 그와 별안간 연락이 끊겼다.
좀처럼 지워지지 않는 1에
처음엔 K가 걱정되었다.
몇 번의 1이 지워지고도
답이 없는 걸 보고서야 알았다.
내가 K의 인생에서 로그아웃되었단걸.
컴퓨터 에러코드 마냥
그 이유는 해석하지 못했다.
괴로움은 오래갔다.
밤새 그가 등장하는 꿈도 견디기 어려웠다.
그러다 문득 스스로에게 물었다.
난 왜 괴로운 걸까.
떡볶이 국물 최적의 되직함을 논했던
수다가 그리웠던걸까.
나도 모르는 사이 그에게 준
싱처와 불편함이 미안했던걸까.
한참을 되짚다 가장 덩치 큰 이유를 찾았다.
K에게 미움받는 것이 괴로웠다.
내 인생이 별로라는 빨간색 채점표 같았다.
이유를 알고 싶었다.
내가 잘못한 게 있었을거다.
선배 J에게 상황을 털어놨다.
그는 내가 아는 그 누구보다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이였다.
그라면 내가 고쳐야 할 게 무엇인지
K가 화가 난 이유가 뭔지
알려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의 대답은 뜻밖이었다.
“글쎄, 왜 그랬을까......
근데 그런 일 겪으면 참 사람이 돌지.
나도 그랬거든.”
7:2:1의 법칙이 있다.
열 명 중 7명은 내게 관심이 없다.
열 명 중 2명은 날 싫어한다.
열 명 중 1명은 날 좋아한다.
내게도 카톡이 반갑지 않은 사람이 있다.
이성적으로 따져보면 별 문제없는 말도
그가 하면 고깝게 들리는 누군가가 있다.
그에겐 열 명 중 2명의 하나가 나인 셈이다.
그리고 나도 비슷한 비율로
누군가에게 미움받는다.
열명 모두에게 사랑받고 싶은 건
네 살 우리딸도 서둘러 졸업해야 할
신기루 같은 것이 아닐런지.
날 현재진행형으로
미워하는 이에게
애정을 갈구하는 일만큼
긁어부스럼도 드물다.
(날 찬 남친에게
술먹고 전화하는 것처럼!)
그들의 미움엔 이유가 있고
그 감정은
내가 컨트롤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이거다.
날 좋아하는 10명 중 1명에게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 것.
그리고 하나 더.
적어도 나는
나를 미워하지 않는 것.
빨간펜으로 작대기 작작 그어가며
내 인생 별로라고 자책하지 않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