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yoon Jan 02. 2019

미움받는게 괴로운 당신에게

2018년의 워스트는 절교였다


K는 하루에도 몇 번 씩

시시껄렁한 이야기를 주고 받던 친구였다.


그런 그와 별안간 연락이 끊겼다.

좀처럼 지워지지 않는 1에

처음엔 K가 걱정되었다.

몇 번의 1이 지워지고도

답이 없는 걸 보고서야 알았다.

내가 K의 인생에서 로그아웃되었단걸.

컴퓨터 에러코드 마냥

그 이유는 해석하지 못했다.


내 인생이 별로라고 빨간줄 그어진 기분


괴로움은 오래갔다.

밤새 그가 등장하는 꿈도 견디기 어려웠다.


그러다 문득 스스로에게 물었다.

난 왜 괴로운 걸까.


떡볶이 국물 최적의 되직함을 논했던

수다가 그리웠던걸까.

나도 모르는 사이 그에게 준

싱처와 불편함이 미안했던걸까.

한참을 되짚다 가장 덩치 큰 이유를 찾았다.


K에게 미움받는 것이 괴로웠다.

내 인생이 별로라는 빨간색 채점표 같았다.



선배 J가 그랬다. “나도 그랬어.”


이유를 알고 싶었다.

내가 잘못한 게 있었을거다.


선배 J에게 상황을 털어놨다.

그는 내가 아는 그 누구보다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이였다.


그라면 내가 고쳐야 할 게 무엇인지

K가 화가 난 이유가 뭔지

알려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의 대답은 뜻밖이었다.


“글쎄, 왜 그랬을까......

근데 그런 일 겪으면 참 사람이 돌지.

나도 그랬거든.”



우리 모두 누군가를 미워하고, 미움받는다.


7:2:1의 법칙이 있다.


열 명 중 7명은 내게 관심이 없다.

열 명 중 2명은 날 싫어한다.

열 명 중 1명은 날 좋아한다.


내게도 카톡이 반갑지 않은 사람이 있다.

이성적으로 따져보면 별 문제없는 말도

그가 하면 고깝게 들리는 누군가가 있다.

그에겐 열 명 중 2명의 하나가 나인 셈이다.


그리고 나도 비슷한 비율로

누군가에게 미움받는다.

열명 모두에게 사랑받고 싶은 건

네 살 우리딸도 서둘러 졸업해야 할

신기루 같은 것이 아닐런지.



고로, 나까지 나를 미워하진 말자.


날 현재진행형으로

미워하는 이에게

애정을 갈구하는 일만큼

긁어부스럼도 드물다.


(날 찬 남친에게

술먹고 전화하는 것처럼!)


그들의 미움엔 이유가 있고

그 감정은

내가 컨트롤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이거다.


날 좋아하는 10명 중 1명에게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 것.


그리고 하나 더.

적어도 나는

나를 미워하지 않는 것.

빨간펜으로 작대기 작작 그어가며

내 인생 별로라고 자책하지 않는 것.



작가의 이전글 아이와 종교를 강요해선 안되는 이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