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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만세 Mar 26. 2022

아름다운 것들은 관심을 바라지 않지

월터의 상상보다 놀라운 현실의 삶에 대하여

한 발짝만 가까이 가서 들여다보면 찌질하지 않은 사람이 과연 있을까요. 그 찌질함을 애써 감추려는 사람보다 그냥 허허 웃는 사람이 저는 더 좋더라고요. 포장이 얇을수록 멋있어요. 포장지가 얇은 사람은 감싸주고 싶어진단 말이에요.


이 글을 읽을 때, 배경 음악으로 틀어주세요


제 생각에는 월터 미티도 그런 사람 중 하나인 것 같아요. 지금까지의 경험 한정이지만 ‘월터 미티’ 이야기를 꺼냈을 때, “아 월터 미티!” 하고 단번에 알아채는 사람은 대단히 드물어요.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라는 영화 제목을 말하면 그제야 “아! 월터의 상상··· 그 영화?” 하는 반응이 나오는데. 저는 아무래도 이 한국판 제목은 뭔가 영화를 잘못짚은 느낌을 떨치기가 어렵더라고요. 원제는 <The Secret Life of Walter Mitty>랍니다. 이 영화는 저의 인생 영화라고 할 수 있어요.


영화 속에는 결정적인 두 번의 달리기가 나오는데요. 첫 번째는 월터가 사라진 25번 필름을 찾기 위해 회사 밖으로 뛰쳐나가는 장면이에요. 일자리를 잃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도 있었겠지만, 제 눈에는 정면승부를 위해 자신의 삶 속으로 뛰어드는 것처럼 보였어요. 뛰쳐나가는 월터의 뒤로 LIFE 지의 표지들이 지나가는데 마지막에 우주비행사 월터 미티의 사진이 걸려있어요. Space Oddity의 메이저 톰을 연상시켜서 무릎을 탁 치고 말았죠.



두 번째는 월터가 만취한 조종사의 헬기에 올라타는 장면이에요. 이 명장면에서 데이빗 보위의 <Space Oddity>가 흐르는데요. 월터는 이 곡에 용기를 내 뛰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이륙하는 헬기에 몸을 던져 올라타죠. 이건 뭐 거의 새로운 세상으로의 탑승이나 다름없어요. 그의 상상보다 더 놀라운 현실이 시작되는 시점이죠. 이 두 번의 달리기 장면 때문인지 제 머릿속에서는 항상 월터 미티가 <Space Oddity> 가사에 등장하는 메이저 톰과 연결돼요. 미지의 세계로 떠나는 메이저 톰.


저는 늘 꿈꾸는 바보로 살고 싶다고 떠들어 왔어요. 현실이 한없이 절망적일지라도 내가 꿈꾸는 것을 멈추지 않으면, 희망을 놓지 않으면 현실은 바꿀 수 있는 것이라고. 현실에만 휩쓸려 살아지는 건 내가 생각하는 삶의 목적이 아니라고요. 그건 사실 그런 믿음이 저 자신에게 필요했기 때문이었던 것 같아요.


예전에는 새로운 곳으로 여행을 가고 새로운 경험을 해야만, 멋진 모험을 떠나야만, 뭔가 새로운 도전을 해야만 잘 사는 건 줄 알았어요. 현실적인 이유로 하고 싶은 만큼의 경험을 하지 못하게 된다면, 이런 경험이 있는 줄조차 모른다면 나는 이미 망한 거 아닌가, 뒤처진 것 아닌가, 슬프고 원망스럽고 불안하기도 했죠.


월터도 어릴  모히칸 헤어를 하고 스케이트보드 대회에서 우승을 휩쓸던  많은 소년이었어요. 일찍 세상을 떠난 아버지 대신 가족을 돌보기 위해 모히칸 머리를 밀고 어린 나이에 파파존스에서 일하기 시작한 거죠. 월터가 처음부터 소심하고 하고 싶은 말도 제대로  하는 사람은 아니었을 거예요. 특유의 ‘상상 멍때리기 왕재수 구조조정 책임자로부터 ‘우주비행사 이라고 놀림당하지만, 월터는  왕재수와는 다르게 자신의 일을 제대로 하는  사람의 직업인이잖아요. 그의 직장인 LIFE 지의 모토와 수많은 표지, 데이 보위의 <Space Oddity> 메이저 , 그린란드, 아이슬란드의 풍경과 of monsters and man 음악, 스케이트 보드. 제가 동경하고 꿈꾸던 온갖 것들이 버무려져 월터의 삶에 녹아 있어요.


혼자만의 여행에 늘 함께했던 저의 설거지 솔 '톰'도 <Space Oddity>의 메이저 톰이었어요. 그러고보니 어린 월터와 같은 모히칸 헤어네요.


The Quintesence of life

저는 월터의 ‘삶(LIFE)’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늘 자신의 자리를 지키는 삶,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매일같이 할 일을 제대로 해내는 삶, 소중한 사람들이 소중히 하는 것을 지켜주고 싶어 하는 삶. 주목받지 못해도, 별것 아닌 것 같아도 사실은 우리 모두의 삶을 지탱해주고 있는 삶. 그런 삶에 대해서요. 평범해 보일지 모르는 한 사람의 삶이 얼마나 대단한지 말하고 싶었어요. 그들이야말로 관심을 바라지 않는 진정 아름다운 사람들 아닐까요. 영화 속의 유령 표범과 월터 미티처럼요.


세상을 보고, 무수한 장애물을 넘어, 벽을 허물고, 더 가까이 다가가, 서로 알아가고 느끼는 것. 그것이 바로 인생의 목적이다.

- LIFE 지 모토


LIFE 지 모토를 넣어 만든 제 폰케이스 좀 보세요 ^^





흠, 이거 흥미로운데?라고 느낄 법한 콘텐츠를 격주로 전달하는 흠터레터의 <완전진짜너무진심> 코너를 브런치에도 옮깁니다. 흠터레터를 구독하시면 다른 꼭지의 흥미로운 이야기를 함께 만나볼 수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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