쫄깃하고, 흙같이 퍽퍽한 향기가 나는 국수
글을 쓰고, 전시를 만들고, 요리하고, 지도에 저장해둔 맛집을 돌아다니는 사람.
음식에 대한 짧은 소설이나 에세이, 레시피, 혹은 요즈음 맛있게 먹은 것들에 대해 적어본다.
주말에는 파주로 드라이브를 갔다가 도토리국수집에 들렸다. 도토리국수란… 생전 처음 먹어보는 종류의 면이었다. 맛있었다. 이번 주는 그 식사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주말에 파주나 다녀올까.
어느 저녁의 통화에서 우리는 문득 주말 계획을 세웠고, "근교 음식 먹어야지~" 노래하는 나에게 그는 "거기 도토리국수 맛집이 있다던데" 한다.
"도토리묵도 아니고 도토리전도 아니고 국수? 그게 뭐야?"
물으며 검색해보니 쟁반 비빔국수 같은 사진이 나온다.
[맛집인데 대기가 길어요]
[오픈런으로 20분만에 입장 성공]
하는 리뷰가 수백개이다. 호기심이 동한 우리는 일요일 오전 일찌감치 출발하기로 한다.
부슬비가 내려 축축하고 어두운 아침, 한 손으로 운전대를 잡고 다른 손으론 커피를 홀짝이다 깨어날 즈음 식당에 도착했다. 다행히 우리의 자리가 금방 있었다. 도토리국수도 곧 나왔다.
"면부터 먹어보자."
오동동한 고동색 면 한 가닥을 입에 넣는다. 묵처럼 퍼석하려나? 하는데 아니다. 쫄깃하고, 흙같이 퍽퍽한 도토리 향이 난다. 아주 잘 만든 우동면 같다.
"도토리가 어떻게 이렇게 되지?"
분명 밀가루를 넣었으리라는 내 추측은 반쯤 맞아서, 인터넷 백과사전을 찾으니 도토리국수란, 도토리 녹말에 감자 녹말, 쌀 녹말, 칡 녹말, 밀가루 등을 혼합하여 만든다고 한다. 질감과 모양은 마치 갈색 플라스틱 막대와 비슷하다고 써 있는데, 맞다. 내 눈앞에는 막대처럼 생긴 통통한 면발이 있다. 우리는 고추장 베이스의 비빔소스에 버무려진 쫀득한 면을 오이와 적양배추를 곁들여 느리게 씹는다.
그는 여기만큼이나 도토리국수가 유명한 곳이 모수라고 한다.
"거기는 버터랑 닭육수를 베이스로 쓰고 트러플이었나? 그걸로 향을 더한다는데. 아 참나물도. 흑백요리사에서 안성재가 참여자들한테 해줬잖아."
도토리와 트러플 특유의 땅 속 쿰쿰한 향을 떠올린다. 면의 독특한 식감과 이 향이 합쳐지면... 어떤 감탄할 맛일까! 나는 상상에 잠긴다.
그건 언젠가 먹어보기로 하고… 오늘은 산 아래에 있는 이 도토리국수집을 나의 비장한 맛집 목록에 더한다.
* 모두가 한번 먹어 보았으면 하므로 오늘의 맛집을 공개하자면... 이곳이다.
[네이버 지도]
심학산도토리국수
경기 파주시 교하로681번길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