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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락희의 프렌치토스트

포슬포슬한 빵의 비결

by 지도그림

글을 쓰고, 전시를 만들고, 요리하고, 지도에 저장해둔 맛집을 돌아다니는 사람.

음식에 대한 짧은 소설이나 에세이, 레시피, 혹은 요즈음 맛있게 먹은 것들에 대해 적어본다.




올해 초가을, 국립극장에서 열렸던 '미식 시장'에 갔다.'락희'의 부스에 들리기 위해서였다. 얼마 전 지인을 통해 알게 된 뒤, 그 빵과, 빵 만큼이나 온화하고 정직한 주인장 커플의 성품을 좋아해 인스타그램을 통해 줄곧 소식을 듣던 분들이었다. 마침 주말 시장에 셀러로 참여한다는 소식이 올라왔다. 그날 그들의 부스에서 맛본 노랗고 달콤한 기억에 대해 쓴다. 어느 초가을의 프렌치토스트.


연노랗고 몽글몽글한 단면의 빵



포크의 옆 날로 푹신한 프렌치토스트에 긴 자국을 낸다. 몇 번 질겅질겅 힘을 주니 빵은 부드럽게 잘린다.

두꺼운 빵에 계란물이 온전히 스몄다.

이게 빵인지 계란인지, 혹은 짙은 버터나, 햇살같은 메이플 시럽인지 - 그 모든 것이 하나가 된 도톰한 덩어리가 눈 앞에 있다.


"어떻게 이렇죠? 빵 안에 뭐 넣으셨어요?"

포슬포슬한 빵의 살을 포크로 톡톡 건드리며 묻자,

"주사기로 계란을 주입했대." 실실 웃으며 친구는 나를 놀린다.

"계란물에 담궈놨어요. 하룻밤 넘게요. 빵도 계란을 먹을 수 있게." 락희는 오믈렛을 뒤집으며 대답한다. 손에서 자라난 반죽만큼이나 곧고 맑은 그이다.


빵을 계란물에 십분도 채 담그지 않아 계란 부침개처럼 되곤 했던 내 프렌치토스트들을 떠올린다.

역시 비결은 관심과 시간인가보다. 각 재료들이 자신의 생김과 성격대로 얽힐 수 있게 자리를 마련해주는 것이지... 하고 생각한다.

주사기를 쓸 생각이려든 말고...



* 락희의 프렌치토스트는 새로 리뉴얼하는 연남동 공간에서 맛볼 수 있다.

https://www.instagram.com/rucky_official_/



** 이들의 식빵이 아주 맛있다.

*** 락희와 알게 된 것은 그들의 지질학적 당근 케이크를 통해서인데 이건 판매중은 아니다. 멋진 사진을 첨부한다.


락희의 당근 케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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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