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사귀었어요.
1.
공허와 게걸스러움의 정체는 무엇일까.
2.
무언가와 솔직하게 직면하는 것이 두렵기 때문이다.
3.
충만과 공허를 각각의 무게만큼 똑똑히 보아야 하는 사람이 눈을 감은 채 고통을 빗겨가는 지름길을 찾고 있다. 나는 중심에서 계속 미끄러지면서 속도에 의해 지탱될 뿐이다. 가쁘게 허둥대고 있는 것이다.
모순 때문에 적당히 불편한 게 현재로서의 내 좌표이다. 내 현위치를 솔직한 언어로 쓰자. 기쁜 시기는 기쁜 만큼, 힘든 시기는 힘든 만큼 살아가자.
4.
내 글들이 내 자신에 대한 이야기이거나, 세상과 나와의 우정의 기록이었으면 좋겠다. 살아있고 솔직했으면 좋겠다.
5.
미묘한 차이를 담는 언어를 쓰고 싶다. 더 섬세하게 느끼고 표현하고 싶다. 그리고 내 문장 그러니까 삶과 세상을 바라보는 내 시선이, 더 따뜻하고 관대하고 열릴 수 있으면 좋겠다.
6.
내 결핍의 영역에 존재할 은밀한 상처들을 해석하는 일을 해왔다. 나 혼자 잘 살기 위해 그랬던 것은 아니다. 언젠가 누군가에게 반드시, 선물로 내밀 만한 것을 만들기 위한 시간이 필요해서 그랬다.
김소연 「시옷의 세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