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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도그림 Feb 01. 2017

[02] 그림 속 이야기를 찾아서

<진주 귀고리 소녀> 작가 트레이시 슈발리에의 그림 감상법

무엇을 어떻게 보아야 하는걸까?


지난 번에는 필자의 개인적인 그림 감상법에 대해 이야기했다면 이번 차 부터는 작가, 평론가, 미술사가들의 그림 감상법을 소개하고자 한다.



Johannes Vermeer <Girl with a Pearl Earring>

네덜란드의 화가 요하나스 베르메르의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이다. 알 수 없는 표정으로 관객을 응시하는 다소 슬프게 빛나는 아름다운 여인.



이 작품을 가지고 한 권의 이야기를 풀어낸 작가가 있다. 트레이시 슈발리에의 소설 <진주 귀고리 소녀>는 영화화 되기도 하며 큰 인기를 끌었다.




한 점의 그림으로 소설 한 편을 쓴 사람, 트레이시 슈발리에는 그림을 어떻게 감상했을까? 무엇이 달랐기에 우리는 그저 "예쁘군, 신비하군" 하며 지나쳤던 그림을 보고 애틋하고 오묘한 남녀 관계와 당대 네덜란드의 풍경을 손에 잡힐 듯이 적어낼 수 있었을까?







트레이시 슈발리에는 2012년 7월 테드 강연에 나와 그 비밀을 밝혔다. 여기서 그 골자를 간단하게 소개해 보겠다.




1. 스스로 큐레이션 하기: self curation

레스토랑에 가서 메뉴판의 모든 음식을 다 맛보지 않듯이 미술관에서도 모든 작품과 다 교감할 필요는 없다. 내 마음에 드는 것들과 이야기를 나누면 된다. 이를 위해 우선 빠르게 전시장을 쭉 둘러본다. 그러면서 왠지 모르게 발걸음을 멈추게 하고, 한번 더 들여다보게 되는 작품들 몇 개를 마음에 찍어 둔다.




2. 상상하기

 한 바퀴를 돈 후 마음을 끌었던 작품들 앞에 다시 다가가 상상의 나래를 편다. 그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이 인물은 누구일까?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는거지? 이 표정의 의미는 무엇일까? 이 인물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둘 간의 관계는 어떠하지? 어떤 시대와 사회의 사람이었을까?




3. 자료 찾아보기

작품을 두고 자기만의 참신한 이야기를 생각해내는 것도 좋지만, 기왕이면 미술사적으로도 타당한 이야기이면 더 좋지 않겠는가? 궁금해서 못배기겠다면 (충분히 우리를 궁금증에 근질근질거리게 만드는 작품들이 있다) 찾아보아라. 작가는 누구이고 어느 시대, 어느 나라 사람인가? 이 그림의 배경은 무엇이고, 등장 인물들은 누구인가? 작가는 이 그림을 왜 그렸을까? 다른 사람들은 이 그림에 대해 어떤 이야기들을 만들어냈고 내 상상이 채울 수 있는 구멍은 무엇인지. 자료 조사를 해 보면서 상상을 더 구체화하는 것이다.




4. 쓰기, 들려주기

그리고 그렇게 상상한 이야기를 혼자만 가지고 있지 말고 한 번 세상에 내놓아 보자. 친구에게 들려주어도 되고, 글로 써보아도, 그림으로 그려보아도 된다.



이런 과정을 통해 한 그림이 전시장 벽에 걸려 있었던 수많은 스쳐가는 이미지가 아니라, 나만의 소중한 작품이 될 수 있다. 적극적인 상호작용으로 살아있는 미술을 새롭게 재탄생시키는 것이다.




강연 초반에 간단하게 자신의 감상법을 설명한 트레이시 슈발리에는 강연 후반에는 어떻게 <진주 귀고리 소녀>를 썼는지, 작품과의 만남과 상상의 나래를 펼친 과정을 상세하게 소개한다. 이 내용이 궁금하다면 아래 링크에서 강연을 직접 보는 것을 추천한다!



https://www.ted.com/talks/tracy_chevalier_finding_the_story_inside_the_painting?utm_source=tedcomshare&utm_medium=referral&utm_campaign=tedspread








그렇다면 작품 몇점을 가지고 여기서 스토리텔링을 해본다면?


Egon Schiele <Self Portrait with Arms twisting above Head>


에곤 쉴레의 자화상이다. 이 표정은 어떤 표정인가? 자기 모습을 그리려고 하는데 이 자세는 도대체 무슨 자세인가? 어떤 성격의 인물이길래 자신을 이렇게 그렸을까?


 


Aubrey Beardsley <The Peacock Skirt>


무슨 이야기가 펼쳐지고 있는 것일까?  두 인물은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을까? 섬세하기도 하고 악의 기운을 풍기기도 하는 이 화풍의 정체는 무엇일까? 작가는 어떤 사람이었길래 이런 그림을 그렸을까?




유숙 <수계도> 부분


각 인물들은 누구인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 거지? 여기는 어디일까? 이 모임은 누가 열었을까? 이 사람들은 지금 즐거워하고 있나, 지루해하고 있나.




다음에 그림을 감상할 때는 상상을 하며 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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