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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도그림 Dec 04. 2015

사고실험-오이디푸스에 대한 명상

오이디푸스의 죄몫: 네 이놈 빛을 보고자 하다니!

1. 오이디푸스의 진화

한 존재로 오래 살다보면 어느 순간 이전의 존재는 소멸하고 다른 국면이 도래한다. 그 변화가 비약적이든 아니면 고요 속 우직한 발걸음처럼 자연스럽든.

오이디푸스도 청년과 장년을 오이디푸스로 살았다. 그는 조만간 변신할 것이다.

자 그렇다면 파스칼 같은 사람들은 귀 기울일 것이다. 오이디푸스는 무엇이 되었나?

그는 새가 되었나? 그는 바보가 되었나?

그는 눈이 멀었다. 눈이 먼 것은 그에게 축복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속설에 의하면

그가 시지푸스가 되었다는 슬픈 이야기가 들려온다. 그는 굴러떨어질 숙명의 바위를 산꼭대기까지 짊어지고 올라간다. 바위가 떨어지면 그는 천천히 걸어 내려와 바위를 이고 다시 산을 오른다. 그의 걸음이 산을 깎을때까지.

그는 사랑도 하지 않고 대화도 하지 않고 생각도 하지 않고 그렇게 바위만을 날랐다.

오이디푸스에서 시작한 진화의 에스컬레이터가 시지푸스에서 끝나다니!

한바탕 울어도 좋은 대목이다.





2. 오이디푸스의 여자친구

궁금하다. 오이디푸스는 여자친구가 있었을까?

그는 그의 어머니 이오카스테와 결혼했다. 그는 이오카스테를 사랑했을까? 그녀는 당시 왕비였고 과부였다. 어찌되었든 결혼하기 좋은 상대였을 것이다. 그런데 이오카스테말고 오이디푸스가 진짜로 사랑하는 사람이 있었을까?


시나리오 1번

오이디푸스는 바람둥이었다. 그는 동시에 여러 여자를 사랑했고 또한 짧게 사랑했다. 여자들 사이에 서열이 있었을지도 모른다. 제 1 여자친구, 에서부터 명명되지 않은 상대까지. 당시 가부장적인 분위기 속에서 오이디푸스는 마음껏 사랑할 수 있었다. 여자들도 크게 불만이 없었다. 행복한 결말.


시나리오 2번

오이디푸스는 냉소주의자이면서도 휴머니스트였다. 그는 사랑의 본질을 보았고 그것은 초라했다. 하지만 그는 인간의 초라함을 사랑했다. 그의 여자친구는 때론 나무등걸같이 물기가 없었고 마음이 뒤틀릴 정도로 앙상했다.  그러나 그가 누구인가. 빛을 보려는 자 아닌가. 그는 여자친구의 그런 면까지도 포용할 수 있었다. 사랑의 색은 무지개가 아니었다. 하지만 그는 자신들의 습작이 그 누구의 그림만큼이나 사랑의 본질을 닮았음을 알았다.


시나리오 3번

오이디푸스는 왕이었고 현명했고 건장했다. 아무나 그의 여자친구가 될 수는 없었다. 시민들이 놀랄 것이었다. 하지만 왕족이고 현명하고 아름다운 여자는 흔치 않았다. 따라서 그는 암실에 들어갔다. 그는 암실에서 사랑을 했다. 비겁하다. 빛을 추구하는 그에게도 도피할 암실이 있었던 것이다.


어쨌든 오이디푸스는 여자친구가 있었던 것 같다. 우리가 모두 거짓말쟁이, 겁쟁이의 후손은 아니지  않는가.




사랑 앞에서 골머리를 앓는 자의 사고실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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