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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며작가 Jan 14. 2019

며느리는 시댁만의 가족이 아니다

여자는 결혼하면 가족이 바뀌는 걸까

 곧 '구정'이다. 결혼하고 첫 명절.. 무슨 일이든 겪어보지 않으면 모른다더니, 예전에는 생각도 안 해본 일인데 결혼을 앞두고 양가 친척분들께 인사드리러 다니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제부터 매 명절마다 낯선 어른들을 뵈러 가야 한다니.. 미우나 고우나 어릴 때부터 온 가족이 함께 보낸 명절인데.. 왜 나는 결혼하면 '내 가족'에서 빠져야 하는 걸까


 혼자 웬 부정적인 생각인가 싶을 수도 있지만, 인사를 다니는 동안 양가 식구들의 반응이 확연히 달랐기 때문에 든 생각이었다.


 나의 친척들은 내 예비 남편을 '손님'처럼 대하며 나에게 "이제 우리 윤아도 마지막이네. 다음 명절부터는 못 보겠네.."라고 했고, 시댁의 친척들은 나에게 "우리 가족이 된 걸 축하해!"라고 했기 때문이다. 며느리는 결혼하면 가족이고, 사위는 백년손님이라더니.. 얼핏 들으면 가족이 더 좋은 말 같지만, 다시 말하면 며느리에겐 높임 받으려는 눈빛, 사위에겐 예의를 갖추는 눈빛이었다는 것이다.


 부모님의 반응도 달랐다. 시부모님이 아들 장가보내는 마음보다, 우리 부모님이 나를 시집보내는 마음이 유독 (마치 딸을 잃기라도 하는 것처럼) 슬퍼 보였다. 실제로 엄마는 우울증에 걸린 것 같다고 했고, 아빠는 몇 번이나 눈물을 보이셨다. 나는 속으로 '왜들 그러실까 요즘 시대에, 나 어디 안 가요.'라고 생각했지만 식을 올리고 난 후에 깨달았다. 진짜 어디 안 가려면, 눈물과 수많은 다툼, 심지어 나와의 싸움에서도 이기고 쟁취해야 한다는 걸.


 신혼여행 후 친정에 갔는데, 으레 그렇듯 '사위 사랑은 장모'라고. 엄마는 사위가 온다고 이것저것 음식을 준비하고 곰탕까지 끓여놓았고, 저녁 상을 차려주며 분주하게 움직였다. 그런데 그때, 남편이 소파에 가만히 앉아있었다. 손님처럼. 남편은 우리 집의 손님이었다.


 그 와중에 엄마는 내 걱정을 했다. "아유.. 시댁 가서 잘 할라나몰라 으응?" 나는 순간 남편이 미운 마음에 "잘하긴 뭘 잘해. 백년손님 며느리가 될 거야"라고 호기롭게 대답했다.


 시댁에 도착하니 주방에 여자들이 모여있었다. 어머님, 형님, 막내 고모, 등등. 그때 남편의 친척 누나가 이렇게 말했다. "응. 어서 와. 가서 앉아있어. 오늘만 손님 대접해줄게."...


 나는 누나의 말대로 (그렇지 않아도 가만히 있을 계획이었지만) 정말 가만히 있었다. 남편이 했던 대로. 그런데 기분이 이상했다. 차라리 주방일을 하는 게 편하지, 가만히 있는 게 더 불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백년손님 며느리도 아무나 하는 건 아니었던 것이다. 그 불편한 마음을 이겨내고, 주방일을 하려는 나와의 싸움에서 이기고, 꿋꿋이 가만히 있는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스스로 그랬든 누군가 강요했든, 전통 때문이든, 그냥 착한 마음 때문이든 내가 시댁의 가족이 되는 걸 인정한다면, 남편도 친정의 가족이 되어야 한다. 내가 남편의 부모님을 내 부모님처럼 여기면, 남편도 내 부모님을 자신의 부모님처럼 여겨야 하는 것이다. 남편도 나도 똑같이 부모님이 더 생긴 건데, 왜 남편은 아들 노릇 먼저 하고, 나는 며느리 노릇을 먼저 해야 하는지.


 나의 이런 생각을 두고 엄마는 삐딱선 타지 말라고 한다. 이게 왜 삐딱선인가요.


*사진출처 :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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