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 넘어 미혼>5
에피소드 5. 여자에겐 나이가 무기, 고를 수 있을 때 최대한 고르자
“가입조건 좋은데요? 좋은 사람 많이 있어요?
25살 고운의 눈빛이 반짝인다.
“왜? 정말 관심 있어서 묻는 거야?”
탕비실에서 만난 고운에게 선혜는 결혼정보회사 얘기를 슬쩍 꺼낸 참이었다.
그런데 반응이 생각 외다. 격렬하게 환영하는 것 아닌가.
“아니 왜 없겠어요. 거의 공짜다시피한 가입비에 좋은 사람을 만날 수 있다는 건데. 조건 좋은 사람 연결시켜 준다는 걸 왜 마다하죠?
이번에 입사한 고운은 신입 사원 가운데서도 예쁘다고 소문이 났다. 이미 회사 남자 선배들 가운데 고운을 눈여겨보고 있다는 사람이 한 둘이 아니다. 동기들 사이에도 쟁탈전이 벌어졌다고 한다. 굳이 결혼정보회사에 가입하지 않아도 남자들이 줄을 섰다는 말이다. 그런 고운이 결혼 정보회사에 관심을 보이다니 선혜는 놀랐다.
“난 자기 정도면 관심이 없을 줄 알았는데. 남자 친구 없었어?”
고운이 어금니가 드러날 정도로 웃는다
“하하하. 아니 선배님. 남자 친구 있음 가입 못하나요? 있어도 최대한 많은 사람 만나야 하는 거 아니에요?”
“그래도 자기 프로필이 다 까발려지잖아. 학력, 직장, 나이, 외모, 재력 등. 그런 거 보이면 좀 그렇지 않아? 상대방도 자기를 시장 물건 보듯이 보는 거잖아”
“선배님. 남자들 다른 거 별로 안 봐요. 예쁘냐. 어리냐. 딱 두 가지만 봐요. 물론 돈 있으면 좋긴 하지만.. 뭐 지금 저로서는 나이가 무기인데. 제 조건에 사실 학력이 뛰어나길 해, 직장이 날고 기는 곳이길 해, 아님 집이 잘 살아. 아니거든요. 단 하나! 지금 이 젊음 밖에 가진 게 없는데... 몇 년 지나면 가입해도 좋은 조건 남자 연결 안 시켜 줄걸요? 아님 가입비를 많이 내야 하던가. 나중에는 비싼 돈 내고도 프리미엄급 회원에 가입 안되지만 지금은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프리미엄 회원 남자를 만날 절호의 기회죠. 황금 같은 기회!”
“난 쪽팔려할 줄 알았지(그나저나 쪽팔려야 하는 아닌가?) 그런데 가입할 정도로 능력이 없나... 이렇게 생각할까 봐 되레 말 꺼내기가 망설여졌는데... 그게 아니네?”
“선! 배! 님! 누가 요즘 능력 없어서 결혼 정보회사에 가입하나요. 더 더 더 좋은 조건의 상대방을 만나기 위한 방법이 있는데 그걸 왜 마다해요. 그건 바보죠.”
“그래서 남자 친구는 없는 거지?”
“있죠. 있다고 못 만나나요? 이미 대학 때부터 사귀었는데 지겨워 죽겠어요. 다른 남자 못 구하면 이 남자랑 결혼할 판이라니까요? 전요 최대한 많은 남자를 만날 거예요, 그래서 고를 수 있는 조건일 때 최대한 골라 갈 거라고요. 그래서 가입비는 진짜 거저에 해준다는 거예요?"
선혜는 조용히 탕비실을 빠져나왔다 괜히 말을 꺼낸 건가. 남자 친구 있는 여자에게 결혼정보회사 가입을 권유했다니. 그 남자 친구가 알면 돌 맞아 죽을 일 아닌가. 있는 것들이 더하다고 선혜는 혀를 내둘렀다. 한편으론 그들의 영악함에 정신이 번쩍 뜨였다. 어차피 세상사 등급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상황, 이를 애써 무시하고 지냈던 선혜는 뒤늦게 현실을 부정한 대가를 치르고 있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을 했다. 세상 혼자 살 거라면 아무 문제없었지만 선혜만 남들과는 다른 생각으로 혼자 다른 세상에서 놀았던 것이 아닌가 선혜는 씁쓸함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