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소드 8. 생식기능이 떨어져? 니 정자는 안 썩었냐?
“나이 많은 남자는 결혼해도 괜찮지만 나이 많은 여자는 안 돼”
나이 마흔이 넘자 선혜가 당하는 봉변은 앞서도 나열했듯이 한 두 번이 아니다.
솔직히 이제는 ‘어디까지 가나’ 오기까지 생긴다.
극한의 상황이 사람을 더욱 강해지게 만든다. 하지만 이런 상황들은 선혜를 더욱 피폐하게 만든다.
누가 미리 말해줬으면 좋았을 것을 선혜는 몰랐다.
사람들이 모욕감을 견디다 못해 차라리 결혼을 해버리는 것을 말이다.
선혜는 어차피 결혼도 할 생각이 없는 마당에 모욕이라도 피하 자라는 마음으로 그냥 ‘모르는 사람’,‘스쳐 지나가는 사람’에게는 결혼했다고 말할까라는 생각도 했다.
그 ‘모르는 사람’들은 사실 ‘짜달시리’ 다른 사람 일에 관심 있는 것도 아닐 것 아닌가.
하지만 선혜는 깨달았다.
나이가 마흔이 넘어가자 사람들은 당연히 결혼한 줄 알고 대화를 시작하는 것을.
한참 가다.. 아 저는 결혼을 안 했는데요..라고 수정해주면 그 이후의 상황이 쑥쑥 해진다는 것을... 그래 ‘모르는 사람’,‘스쳐 지나가는 사람’에게는 그냥 결혼을 했다고 하자. 아니 적어도 그들이 내린 가정을 수정해주지 말자...라는 쓸데없는 다짐을 한다.
그런데 앞서 말한 “나이 많은 남자는 결혼해도 괜찮지만 나이 많은 여자는 안 돼”의 경우는 선혜가 직접 겪은 일은 아니다. 동병상련으로 서로를 위로해도 모자랄 판에 이번 일은 회사 전설적인 노총각 노처녀가 한 판 붙은 이야기다.
회사에는 50을 넘어 결혼 못한 남자 선배가 있다. 모든 사람들이 입을 모아 ‘못할 만’하다고 할 성격을 지녔다.
좀 더 정확한 표현으로는 ‘여자 한 명 인생 구했다’라고 할 정도다.
그런데 본인이 그런 평을 듣는다는 자각도 없이(자각도 못하니 그런 행동들로 손가락질을 받겠지) 결혼 못한 여자에 대해 흠집을 낸다.
상황은 이렇다. 이 남자 선배가 비슷한 연배의 여자 선배를 포함해 회사 사람들과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둘은 피 터지게 서로를 싫어한다. 아마 세상에서 둘만 남아 있어도 절대로 얼굴 한번 쳐다보지 않을 정도다. 그런데 이 무지의, 무례의 표본인 선배가 말 끝에 '노총각이 노처녀보다 낫다!"는 발언을 한 것이다.
“그니까 남자는 늦게 결혼해도 사실 아무 문제없다고!”
노총각 선배가 말했다.
“그니까 왜 여자는 늦게 결혼하면 안 되는데, 뭔 개똥철학이야!”
노처녀 선배가 되물었다.
“남자는 말이야 70이 넘어도 여자를 임신시킬 수 있거든.”
“그러니 문지방만 넘을 힘만 있어도 맨날 그 생각한다는 거지”
“그런데 여자는, 임신할 수 없는 여자가 여자냐!”
“뭐라고!”
“아니 아무래도 요즘 난임 난임 하는데 여자가 말이야 애도 못 낳는, 생식기능이 없는 여자가 여자냐고 그러니까 여자는 마흔 넘으면 그때부터는 아주 힘들어진다는 거야. 남자는 그때부터 원숙한 남성미를 발휘해 더 멋있어지지. ”
“아니 이 새끼가. 야 니 정자도 정자냐? 안 썩었냐!”
“뭐라고!”
그렇다 이것이 바로 회사에서(물론 업무시간은 아니지만) 벌어진 일이다.
사실 시작은 그 무례한 나이 많은 남자 선배가 시작했고 여자 선배는 할 말을 한 것이다. 그런데 이 일을 계기로 사람들은 이 일을 웃음거리로 여기는 것이다.
절대 웃음거리가 아닌 이 일이 '노총각 노처녀의 전설 같은 싸움'으로 회자되기 시작한 것이다.
선혜는 이것이 바로 두렵다. 화 낼 일에 화냈는데 그걸 이런 식으로 사람들이 받아들이다니.
물론 여선배의 발언은 쎘지만 상대 센 발언을 했으니 안 할 수 없는 것 아닌가.
그럼 이 상황에서 여 선배는 어떻게 했어야 했을까.
“말조심해. 이건 명백한 성희롱이야”
이러고 끝냈으면 됐을까?
그런 무식한 놈은 사실 교양 있게 대하면 못 알아듣는다. 그게 문제가 아닌가.
선혜는 남 일 같지 않아 서글프다.
그리고 그런 일이, 사람들에게 회자되는 일이 제발 자신에게 일어나지 않기를 소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