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소드 9. 자식 없는 나는 A급 요양시설에 갈 거다!
선혜는 흔히 말하는 센 여자가 아니다.
그래서 사람들의 센 발언에 대해서 감당하지 못해 상처를 받곤 한다.
그런 선혜가 요즘에는 센 발언을 하기 시작했다.
살기 위한 몸부림이자 생존본능이다.
선혜를 센 여자로 만드는 것은 팔 할이 남자 선배들이다.
그것도 결혼한, 더 정확히 말하면 특히 일찍 결혼한 선배들이다.
나이가 많아도 결혼하지 않는 선혜에게 선배랍시고 엄청난 조언을 해댄다.
조언이 아니라 좆언이라는 것도 모르는 채. 무례한 발언도 서슴지 않는다.
선혜는 선배들이 그러는 이유에 대해 나름 분석을 해 본 적이 있다..
1. 결혼이 정말 좋아서 추천하고 싶어서(아닌 것 같다)
2. 일찍 결혼한 것이 후회가 되지만 차마 후회한다고 말은 못 하니(가능성 높다)
3. 자기도 겪는 지옥을 선혜는 안 겪고 있으니 질투가 나서(진심으로 그런 것 같다)
4. 혼자서도 척척 해내는 선혜를 보니 남자 존재 가치가 떨어져 보여서(사실이다)
5. 그냥 할 말이 없으니 꺼내는 주제가 맨날 결혼(가능성이 가장 높다)
점심시간에 선배 등 네 명과 밥을 먹고 있던 선혜에게 또다시 남자 선배가 말을 걸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의성어를 터뜨렸다.
“휴(한숨이다). 아이고 저 가엾은 것”
“네?”
선배와 눈이 마주친 선혜는 뒤로 돌아봤지만 벽뿐이다 선혜를 보고 하는 말이다.
“저요?”
밥에 집중하던 김대리를 보며,
“야 김대리 너 아는 형 중에 선혜 소개해 줄 만한 남자 없냐?”
밥 잘 먹던 김대리가 컥 대며 선혜의 눈치를 본다.
사실 컥 댈 것은 선혜다.
“밥 먹을 때는 개도 안 건드린다고 하던데요”
선혜가 밥숟가락을 소리 내 식탁에 놓으며 말한다.
“야야 다 너 생각해서 하는 말인데 왜 그리 예민해?”
“밥 잘 먹고 있는 사람 앞에 두고 한 숨까지 쉬며 말 꺼내는데 그럼 웃으며 답할까요?”
“그래도 니 나이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신경 써주고 있다는 사실이 고맙지 않냐”
“전혀 안 고마우니 신경 안 써주셔도 되는데요”
주위 사람들도 밥이나 먹자는 눈치를 보낸다.
그렇지만 그런 눈치가 있는 선배였다면 애초에 말을 안 꺼냈을 것이다.
“그래도 자식 없이 혼자서 말년에 어찌 살라고? 남편은 그렇다 쳐. 근데 자식 없으면 외롭다”
“그렇게 말하는 선배 매우 외로워 보이거든요? 선배 딸이 나중에 선배 잘 모셔줄 것 같아요? “
“나 기대 안 해. 그냥 지 밥벌이할 정도면 돼”
“그런데 왜 그런 말을 하시죠? 자식이 잘 돌봐줄 거란 그런 말.”
“자식이 있고 없고의 차이를 말하는 거야.”
선혜는 코웃음 쳤다. 선혜는 주변에 남보다 못한 자식들을 많이 봤다.
“왜 자식 있으면 잘해 줄 것 같아요? 물론 잘해주는 효자효녀도 있지만 대부분은 아닐걸요? 당장 선배 자신을 봐요. 선배 부모님한테 코빼기도 안 비추잖아요. 본인이 그렇게 말해 놓고선.. 그리고 말이 나와서 하는 말인데 마지막이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몰라요. 선배 자식 뒷바라지하다 말년에 돈이 없어서 3급 요양시설 들어갈 돈도 없어 허덕댈지도 모르죠. 저는 돈 많이 모아서 A급 요양시설에 갈 거예요. 우리 그때 만나서 얘기하죠!”
옆 선배들이 흠흠하며 남자 선배를 찌른다.
진짜 그만 하란 얘기다.
'입 닥치고 밥이나 처먹어!'
선혜는 목구멍에 올라오는 욕을 참으며 밥을 꾸역꾸역 넘긴다.
이러니 위장이 매번 탈이 나는 것이다.
‘그래 지금은 나를 그렇게 가여운 시선으로 쳐다봐. 나중에 어찌 되는지 보자.’
선혜는 오늘도 투사가 되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