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 넘어 미혼>10.

에피소드 10. 잘난 놈은 얼굴값하고 못난 놈은 꼴값하더라.

by 집녀


배우자 얼굴은 3년을 못 간다는 말이 있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외모에 매달린다.

결국 말만 그런가 보다.

특히 남자의 얼굴 보지 말라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

남자는 얼굴값 할 거라는 뜻이다.

선혜는 웃기는 소리라고 생각한다.

잘생긴 놈이 얼굴값 한다면 못생긴 놈은 꼴값을 하더라.

선혜는 역시 그놈이 그놈일 뿐이라는 생각을 한다.


회사에 정말 평범하기 그지없는 남자 후배가 있었다.

이병태.

수더분하게 생겼지만 유머 감각도 있고 나름 패션 감각도 있다.(어떨 때 보면 애처로울 정도로 패션에 신경을 쓴다. 여자에게 잘 보이려고 노력하는 면에서 안쓰럽게 생각했다)

선혜에겐 좋은 인상의 후배다.

외모를 떠나 자신감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도 하고, 진중해 보이는 것이 남편감으로는 괜찮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결론은 착각이었다.


“너 병태 얘기 들었냐?”


남자 동기가 키득 거리며 선혜에게 말을 걸었다.


“병태? 왜? 무슨 일 있어?”


동기가 고개를 끄덕이며 안타까운 듯 쳐다본다.


“역시 너는 회사 소문의 사각지대에 있어. 도대체 왜 그러냐? 관심이 없는 거냐? 아니면 사람들이 말을 안 해주는 거냐? 아님 눈치가 없는 거냐”

“다다 다! 꺼냈으니 말이나 해!”

“걔가 지금 사내 삼각도 아니고 사각관계의 중심에 있잖아. 진짜 다들 팝콘 각 인데 아주 흥미진진해!”

“그런 일이! 도대체 왜? 뭣보다 병태가? 내가 아는 이병태? 걔.. 뭐 솔직히 말해 날릴 얼굴은 아니잖아. 삼각관계의 희생양이면 모르겠는데, 무슨 일이야?”

“그러니까 네가 남자를 모른다.”


남자 동기가 자기 얼굴을 가리키며


“이렇게 잘생긴 남자가 오히려 순진하고 오히려 여자관계가 깨끗한 거야. 있을 거라고 생각해서 여자들이 함부로 덤비지도 않고”

“그렇게 착각하니 속이라도 편하겠네”

“그놈이 말이야 그 수더분한 얼굴을 하고 여자들을 후려치고 다녔데!”

“야야 후려치고까지.. 그 얼굴로 어떻게 후려칠 수 있어? 여자들이 바보냐? 도대체 어떤 여자가 넘어가?”

“바로 그 수더분한 얼굴에 넘어간 거지. 야 여자들 그런 심리 있냐? 아니 있다며. 못생긴 놈은 절대 바람피우지 않을 거라는, 자기만 바라볼 거라는?”

“그런 심리가 아니라 그냥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겠지. 못생겼으니 인기 없을 거고 자기 말고는 다른 여자 없을 것 같아 동정심에 잘해줄 수도 있고”

“그 변태 새끼.. 아니 병태 새끼가 바로 그 점을 노린 거야! 평범함을 무기로 구걸 연애를 한 거지. 근데 말이야 거기에 당한 애들이 우리 회사 잘 나가는 000.000.000이라는 거야!”

“야야 걔들이 도대체 뭐가 아쉬워서? 그냥 병태랑 놀라고 한 거 아니냐?”

“우리도 다들 궁금해했지. 네가 동기라서 하는 말인데. 그놈 사실 그렇게 실한 놈도 아니거든. 근데 순진한 얼굴을 하며 ‘너뿐이다’로 여자들을 꼬셨다는 거야. 모성애 자극? 지금 당한 여직원 세 명이 변태 아니 병태 위 부장한테 찾아가서 조치를 취해달라고 말했다는 거지. 근데 회사로서는 사실 연애 같은 개인사를 가지고 징계를 내리기도 그렇고 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것 같아”

“사실 넘어간 건 걔들인데 조치를 취해달라면... 무슨 조치를 말하는 거야? 회사서 내보내라고?”

“모르지 뭐. 적어도 사내에 분란을 일으킨 당사자고 도덕적으로도 문제가 있으니 자르던가, 아니면 어디 안 보이는 곳에 보내던가, 적어도 회사 생활하기에 불편함이 없게 해 달라는 거 아니겠어”

“병태 그 자식은 어쩌고 있는데?”

“그게 더 웃겨. 그 자식이 그런 소문이 나자 뭐 자기는 가만히 있었는데 여자들이 꼬이는 걸 어떻게 하냐며 자랑처럼 말하고 다니잖아. 게다가”

“게다가 뭐?”

“00는 섹스할 때 어쨌다, 00는 취향이 야하더라. 등등 까발리고 다닌데”

“미친놈이네!”

“근데 말이야 한편으로는 같은 남자로서 부럽기도 하지. 미혼이고 뭐 법적으로 문제 될 건 없잖아? 간통죄도 없어진 세상에 미혼끼리 그런 일 벌어진 것에 대해 뭐라 하겠어. 근데 그 잠자리 취향까지 공개하고 다니는 건 상당히 찌질한 놈이긴 하지”


선혜는 병태에게 커피를 사주며 다독이던 때가 기억이 난다.

의기소침하게 처진 어깨, 자꾸 내려가는 안경을 올리던 병태의 모습에서 안쓰러움을 느낀 것은 사실이었다. 그런데 그런 점을 이용했다는 것이다.

물론 그 와중에도 선혜한테는 커피만 얻어먹었지 여성으로 대한적은 단 1도 없었다는 사실을 선혜는 확실히 기억한다.

선혜는 다시 한번 깨닫는다.

아 남자 속은 알 수가 없다. 도대체 어떤 남자가 진짜 남자냐.

아니 세상에 괜찮은 남자가 있기는 한 거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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