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소드 11-1. 늑대 같은 놈? 여우 같은 놈이 더 많아
선혜는 나이 들어감을 20대 후배들을 보고 느낀다.
어느 순간부터 ‘젊음’을 부러워하기 시작한 것이다.
대학 다닐 때 여교수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너네들은 지금 너네가 얼마나 예쁜지 모르지? 화장을 안 해도, 굳이 예쁘게 차려입지 않아도 너네들은 지금 젊음 그것 하나만으로도 눈부시게 예쁘단다”
당시 50대 중반이던 여교수가 그렇게 말하는 것이 무슨 말인지 잘 몰랐다.
마흔 살이 넘어가자 선혜도 보이기 시작했다.
젊음 그 자체가 가진 아름다움이 얼마나 싱그럽고 아름다운지.
그냥 그 나이대가 예쁜 시기가 있다.
선혜의 눈에 요즘 들어온 20대 후배가 있다.
당연히 남자 후배다. 이름도 멋진 김준수.
야리야리하게 웬만한 여자만큼 예쁘게도 생겼다. 특히 웃을 때가 정말 예쁘다고 선혜는 생각했다.
특히 그 웃음이 선혜를 향할 때, 선혜는 예상치도 못하고 볼이 빨개지는 느낌이 들었다.
‘아 주책이다. 왜 이러지? 이러면 쟤도 당황할 거잖아. 미쳤냐 선혜야! 참아라 선혜야!’
선혜는 질책하기 시작했다.
이런 반응은 정말 서로에게 당혹스러운 것이다.
그런데 그 후배가 착각하게 만드는 행동을 종종 한다. 아니 많이 한다. 특히 선혜에게.
어느 날 엘리베이터를 같이 타게 됐다. 그런데 선혜를 빤히 쳐다보는 준수의 시선을 느꼈다.
처음엔 왜 그러지 하며 무시했다.
그런데 준수의 시선은 계속됐다.
선혜가 참다못해 말을 걸었다.
“내 얼굴에 뭐 묻었냐? 왜 빤히 쳐다봐?”
갑작스러운 말에 준수는 귀까지 빨개졌다.
아니. 너의 반응이 이렇게 나오면 안 되는 거잖아.
선혜도 당혹스러웠다. 사심 없이 던진 말에 준수 얼굴이 빨개진 것이다. 이것을 어떻게 해석하면 되는 것인가?
“아무 의미 없어. 그냥 네가 갑자기 말을 던져 그런 거야. 다른 사람들도 있는데 네가 무례했네!”
정아의 냉혹한 분석이 전화기상으로 들려온다.
“아니야 둘 밖에 없었어. 그날도 하도 빤히 쳐다보길래 그걸 내가 느껴서 한 마디 한 거라니까?”
“음..”
정아는 침묵했다. 틈을 타 선혜가 자신의 생각을 던진다.
“봐봐. 관심 없으면 그렇게 빤히 쳐다보겠냐? 걔가 내 나이를 모르나?”
“또 또 동안 공주 나셨네”
“그러지 않고서야 왜 그렇게 맨날 빤히 쳐다봐. 말을 하던가. 오죽 답답했으면 내가 그랬겠냐? 근데 걔 반응을 보고 느꼈지. 아 야가 나를 좋아하고 있었구나”
“야야 그만하라고”
“아니 이성적인 네가 이성적인 판단을 해봐. 내가 말해준 상황에서는 이게 이성적인 분석 아니냐”
“우선... 걔가 너랑 몇 살 차이지?
“몰라 한 14살 차이 나나?”
“애기네 애기”
“응 그러니까 그래서 당당히 말했는데 얼굴이 붉어지는데 심상치 않아. 그 촉이 있잖아”
“니 쓸모없는 촉이 또 나대냐?”
“야야 맨날 무시하고 그래. 걔가 날 좋아하는 듯한 것은 분명하다”
“좋겠다 그런 착각이라도 해서”
선혜는 사실 내심 신이 났다.
무미건조한 삶에 이런 즐거움이라도 있어야 하는 거 아니냐며 자신을 위로했다.
요즘 연하가 뭐 대수냐. 서로 좋으면 되지. 라며 상황을 즐기기로 했다.
물론 선혜는 더 이상 선을 넘지 않을 것이다.
그냥 귀여운 후배를 지나가면서라도 볼 수 있다는 것에 만족한다.
그런데 그 귀여운 후배가 선혜에게 접근하기 시작했다.
사무실에서 깜박 졸고 있던 선혜를 누가 톡톡 건드렸다. 눈을 떠보니 준수다.
그 특유의 해맑게 웃는 표정을 지으며 선혜를 쳐다본다.
“아 선배님. 너무 피곤하셨구나”
“엉? 뭐야? 무슨 일이야?”
“저 하나 여쭤볼라고요”
하며 옆 자리 의자를 당겨서 앉는다.
굳이 가까이 앉을 필요가 없는데 굳이 또 옆에 달라붙는다.
선혜는 일순간 긴장한다. 이렇게 남자와 가까이 앉는 것이 도대체 얼마만인가. 심장이 두근댄다.
“저 사실 이 회사 담당자 찾고 있는데 누군지 몰라서 선배가 예전에 담당자랑 연락하셨다고 들었거든요.”
“(아 그거 때문이군)아 그래 나 알아. 연락처 가르쳐줘?”
“(해맑게 웃으며)네.”
“그래 내가 그쪽에도 연락해줄게 네가 연락 갈 거라고. 사람 괜찮아서 편하게 얘기할 수 있을 거야”
“선배님 감사합니다.”
이게 시작이었다.
준수는 자주 선혜를 찾았다.
특히 일로 궁금한 것이 있으면 다른 직속 선배를 두고 굳이 선혜를 찾아왔다.
부서도 다른데 굳이 선혜를 찾아오는 것에 선혜는 설렘을 느꼈다.
“봐봐 나 좋아하는 거 아니? 그리고 걔가 말이야. 만날 때마다 밥을 사달라고 하는데”
“널 보고 밥 먹자고 한다고? 음 그건 좋은 신호인데?”
“그렇지!”
정아가 오랜만에 자신의 말에 동의하자 선혜는 더 신이나 말을 꺼낸다.
“한 번도 아니야 볼 때 마다야!”
“그럼 우선 같이 밥을 한번 먹어봐. 단 둘이서만 먹어봐. 그다음에 어찌 되는지는 그다음 일이고”
“그래 그렇게 애달피 밥을 사달라고 하는데 한 번은 밥을 먹어야겠지?”
“당근이다!”
당근 빠따라고 생각하며 선혜는 기회를 엿본다.
며칠 뒤,
“어떻게 됐냐? 밥 먹어보니 어때?”
정아가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전화했다.
평소에 바쁘다며 카톡으로만 말하던 정화가 손수 전화까지 했다.
“닥쳐”
“어머어머. 아니네. 아니었던 거네, 결국 너 혼자 착각이었지?
“.....”
“뭔데? 왜 네가 고백해버렸어? 세상에 혼자 김칫국 마시더니 사고를 친 거야? 내가 그러지 말랬지!”
“야. 밥은커녕”
“밥은커녕?”
“아 우 씨...”
“우 씨?”
“그 새끼 완전 늑대.. 아니 여우 새끼였잖아”
“뭔 말이야”
(다음 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