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 출장을 앞둔 선배 사무실에 잠시 들렀다.
오랜만에 차 한잔 얻어 마실 의도였는데
그 자리에서 선배는 올해까지 회사를 다니고 그만둔다는 말을 꺼냈다.
아직 정년은 몇 년이나 남아 있었다.
"그냥 아무 일 하고 싶지가 않다"
가 이유였다.
선배는 소위 우리 부서의 에이스였다.
상이란 상은 다 휩쓸고,
기획력, 추진력도 으뜸이었다.
아마 회사에서 가장 상을 많이 받은 사람이었으리라.
그 선배보다 '객관적인 능력'이 떨어지는 사람들을 승진하고 좋은 자리 꿰차고 있는데
선배는 한직으로 밀려났다.
날카롭고 할 말은 하는 사람이다 보니
윗사람에게는 부담스러운 존재였으리라.
사장을 비롯해 회사에서 한 자리씩 꿰차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
물론 게 중에는 능력이 뛰어난 사람들도 있겠으나
대부분은 그 '능력'의 기준이라는 게 무엇인지 궁금해진다.
사회생활력? 아부력?
우리 회사에 미래가 없음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되며
덩달아 우리 회사에서 잘 나가지 않는 것이
훌륭한 사람. 진정한 능력이 있는 사람임을 입증하게 된다.
고로 나도 훌륭한 사람, 능력 있는 사람이다.
'그 선배'는 지금 그만둬도 여한은 없을 것이다.
하고 싶은 것, 받고 싶은 상은 다 받았기에...
그런 면에서 아직 나는 아니다.
나도 언제 이 회사를 그만둘지 모르겠으나.
회사에서 인정받는 사람이 아니라
누구의 평가에서 좌지우지하는 사람이 아니라
나 자신에게서 인정받는 사람이 되어서
미련 없이 그만두고 싶다.
물론.. 노후를 위한 재정적 부분은 빨리 준비하고 말이다.
월요일 아침,
한 주를 시작하는 마음이 무거우나.
'나는 잘 될 것이다. 나는 잘 될 것이다.' 되뇐다.
이 회사는 미래가 없어도
나의 미래가 없는 것은 아니다.
퇴직한다는 그 선배도
이 회사가 아니라
더 큰 세상에 더 더 큰 일을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