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욕을 합당화, 미화시킨 계기가 있다.
소피 킨셀라의' 쇼퍼홀릭'이란 책을 읽고 나서다.
거기서 가장 잊을 수 없는, 가장 인상깊었던 부분은
여주인공이 매장에 진열된 영롱한 빛깔의 '초록색 스카프'에 대해
가치를 부여하는 것이었다.
인격 없는 녹색 스카프 하나가, 그 어떤 보석보다 반짝이며
한 여자의 인생을 바꿔줄 것처럼 묘사하는 그 장면에서
나 또한 당장 뛰어나가서 스카프를 사야 할 것만 같았다.
코로나 시국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이 매일 브리핑을 하던 시절이었다.
날이 갈수록 머리는 염색을 못해 흰머리로 가득했고,
얼굴은 초췌해졌다. 사람들은 그 모습을 보며 안타까워했다.
같은 시기 미국에 코로나 브리핑을 하던 한 여성이 있었다.
데보라 벅스 코로나 19 대응 조정관이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과는 180도 다른 모습이었다.
매일 화려한 스카프(에르메스 일색)를 바꿔가며,
세상이 흉흉한데 혼자 저렇게 패션쇼를 해도 되나 할 정도로
화려했다.
부정적 여론이 많을 것이라고 예상했으나 오히려
스카프 브리핑은 전 국민들에게 희망을 전해줬다고 한다.
(과연 그 가격을 알고 희망을 품었을까 싶다만)
나 또한 그 모습이 멋있어 보였다.
나는 스카프를 좋아하기 때문이다.
봄이 오면, 물론 가을이 와도 그렇지만.
나는 스카프로 멋을 내고 싶어 한다.
정작 내게 스카프가 잘 어울리는지는 모르겠다.
난생 첫 당근으로 스카프를 구매했다.
당근으로 좋은 물건을 많이 구매했다는 오빠의 말에
정말인가 싶어 당근을 하기 시작했는데...
아뿔싸 신세계가 열렸다.
내가 좋아하는 모 브랜드의 체크무늬 스카프를 발견한 순간 심장이 떨렸다.
예전에 그 브랜드의 쁘띠 사이즈 스카프를 좋아했는데, 어디 갔는지 사라졌기 때문에
비슷한 체크무늬만 보면 흥분하기 시작한다.
90*90cm , 흔히 말하는 까레 사이즈로 넉넉한 사이즈에다
실크 100%가 주는 그 포근함이라니..
단 하루 고민하고 '직접 만남'으로 스카프를 손에 넣었다.
집에 와서 곱게 다리고 펼쳐보니 마음에 쏙 든다.
'거의 새것'이라는 판매자의 말이 거짓이 아니었다.
오늘도 당근 관심리스트에 '스카프'를 넣고
알람이 뜨기를 기다린다.
새것에 비해서 저렴하니까.. 몇 개 사도 된다.
스카프는 희망의 메시지니까...
지금 당장은 당근에서 찾고 있지만
조만간 봄, 가을마다 에르메스 매장에서 이 스카프 저 스카프를 고르고 있는
내 모습을 그려본다.
스카프는 희망의 메시지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