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오십이 코앞에 왔지만
나 자신을 한 번도 '어른'으로 생각한 적이 없다.
아직도 미성숙한 '어른이(어른+어린이)'이다.
아직도 나약한 '어른이'이다.
되레 더 상처를 많이 받는다.
어렸을 때는 무심하게 지나치고, 별신경도 안 쓰였던 것에
더 민감해진다.
말 한마디에 서운하다.
겁도 많아졌다.
눈물도 많아졌다.
내 길을 확고하게 걸어가거나.
내 일에서 성공을 거둔 것도 아니다.
아직도 방향을 못 잡아 헤매고
아직도 눈치를 보고
아직도 뭘 해야 할지를 모르겠다.
나이 오십이 다 되어서 무슨 일을 하고 살아야 할지 고민할 줄은
이십 대 때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정말이다 아직도 무슨 일을 하고 먹고 살까를 고민하고 있다.
정작 일을 하고 있어도 말이다.
백세시대가 내게 적용될지는 모르겠지만
이 일을 언제까지 계속할 수 있을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이 일을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남은 후반기 인생을 준비해야 하기에
고민을 안 할 수가 없다.
인생 진로 고민을 아직도 하고 있는
불안정한 영혼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조금 다행인 것은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사람으로는
살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는 것이다.
나의 얄팍한 삶에서 뭘 깨달았다는 듯이
남에게 잔소리를 하거나
훈계하지 않는다.
(정말 할 말이, 할 능력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저 웃어주려고,
그저 이해해 주려고
조금 노력은 한다.
내가 어른이 아닌 것은 분명하지만
그래도 그것을 인정하는 것만으로도
조금은 나은 어른이지 않을까?
나이 들었다고 직책이 높다고
어른인 척하는 사람보다
그나마 나는 좀 솔직한 것 아닐까?
위로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