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1월 16일
두 번째 포르투갈 방문이다.
남들은 한 번도 못 간 포르투갈을 두 번씩.
그것도 똑같은 일정으로.
첫 번째 포르투갈 여행을 친구와 했다면, 두 번째 포르투갈 여행은 엄마와 함께해서이다.
엄마에게 그 감동 그대로 전해드리기 위해서다.
(나는 효녀다)
"그때 왔다면서 기억 안 나나?"
엄마의 질문에
"왔었는데 몰라. 잘 기억 안 나"
놀랍지만 정말이다.
기억이 안 났다. 심지어 같은 관광지에 와도, 같은 일정을 짰어도
같은 성당을 왔어도 그때 뭘 봤는지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그냥 그 감동. 왔다 갔다 했던 그 감동이지
볼 때마다 새로운 것은 나쁜 기억력을 탓해야 할지 축복이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
한 가지 확실하게 기억하는 것은 날씨의 차이다.
8년 전쯤 그때는 포르투갈에 6월에 방문했다. 하루 종일 맑고 화창한 날씨가 계속됐다.
그러나 11월의 포르투갈은, 아니 좀 더 정확히 11월의 포르투는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반겼다.
(포르투갈은 11월 우기가 시작된다고 한다)
변덕이 죽 끓는 듯 비가 억수로 내렸다 화창했다를 반복했다.
정확히 포르투 관광을 시작한 첫날 그랬다.
전날 밤 12시가 다되어 도착했기에 아침에 커튼을 열면 하늘색 하늘이 반겨주지 않을까 기대했다.
웬걸.
호텔뷰를 통해 바라본 세상은,
비가 세차게 내리꽂고 있었다.
'이거 나갈 수 있을까? 그냥 더 자버려?'
일정 첫날부터 게으른 사람을 만들기에 딱 좋은 날씨다.
그렇다고 이 멀리까지 와서 놀 수는 없으니 우산을 챙겨서 호텔 방을 나섰다.
'비 내리는 포르투는 또 다른 감동을 줄 것이다'
라는 셀프 가스라이팅에도 비에 바람까지 부는 포르투의 날씨는 꽤 곤혹스러웠다.
비싼 돈 주고 클레리고스 전망대에 올라가니 비바람,
해리포터의 모티브가 됐다는 렐루 서점에 줄 서니 비바람,
온통 비바람의 연속이었다.
그나마 이동할 때는 비가 그치기도 했지만
포르투의 변덕스러운 날씨는 얄미웠다.
'이 봐 우리 엄마에게 이러기야?'
동루이스 다리에서 바라보는 석양, 그 아름다움을 엄마에게 보여주고 싶었는데,
석양 무렵이 되어갈수록 마음이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포르투에서 야경을 볼 수 있는 시간은 이 날 저녁뿐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변덕스러운 포르투는 그 변덕처럼, 석양이 보일 시간이 되자
노란빛을 살짝 보여주기 시작한 것 아닌가.
그렇게 동루이스 다리는 금빛으로 물들기 시작했고,
동루이스를 배경으로 온 세상도 점점 주황색으로 물들어갔다.
감사합니다.
잠시라도 보여주셔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
엄마는 '여시 둔갑하듯 비가 내린다"라고 연신 되뇌었다.(->그러나 이 말은 '여우가 시집가는 날'을 표현하려고 했던 것 같다. 엄마는 없는 말을 잘 지어내신다)
그렇지만 어느 건물 아래서 비가 그치길 기다리던 그 순간,
엄마의 여시둔갑이란 말과 빗소리를 같이 들으며
이것도 낭만이라는 생각이 마음을 다독였다.
여행에서 느낄 수 있는 특유의 낭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