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을 것 같은 공포,
천지에 산소가 널렸는데도 숨이 쉬어지지 않는다.
터널에 들어가면 숨이 안 쉬어지고,
사람들이 많은 공연장에서 갑자기 숨이 안 쉬어져 뛰쳐나가고
비행기 같은 밀폐된(전혀 밀폐가 아니나) 공간에 있을 수 있을까 싶고
사실은 지금도 그러한 증상은 남아 있다.
기차를 타도 출구 쪽에,
공연장에서도 출구 쪽에
숨 막히면 바로 뛰쳐나갈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둔다.
그나마 약을 먹지 않고 알아서 잘 견뎌서 다행이지
그리고 그 시절엔 그게 공황장애인지도 모르고 그냥 넘겼다.
그러던 내가 갑자기
포르투에서 두 번째 밤을 자면서 급작스런 공황장애 비슷 증상을 느꼈다.
음식 때문이다.
나는 먹는 것에 그리 의미를 두지 않는다. 요리하는 것도 좋아하지 않고 굳이 맛집을 찾지도 않는다.
그냥 입맛 맞으면 쭉 먹고 아니면 말고, 굳이 줄 서서 먹는 것도 좋아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여행은 다르지 않는가. 적어도 여행지에서만 먹을 수 있는, 그 나라 특유의 음식, 그 나라 전통 음식, 누구나 다 찾아 먹는다는 맛집정도는 가야 하지 않겠느냐.
하루에 한 끼는 분위기 좋은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자는 것이 이번 여행의 계획 중 하나였고
그래서 첫날 찾은 음식점은 바로 그나마 숙소에서 가장 가까우면서도 맛집으로 유명하다는
프란세지냐 맛집이었다.
프란세지냐는 포르투의 전통음식으로 햄 소시지등을 빵사이에 넣고 치즈를 곁들인, 포르투에 오면 꼭 먹어봐야 하는 음식이란다. 특히 방문한 '브라사오 알리아두스'는 맛집 중 한 집이었다...라고 한다.
꼭 먹어봐야 한데서 꽃처럼 생긴 양파튀김을 맛봤다. 프란세지냐 전에 나온 이 양파튀김은 그야말로 꿀맛이었다. 엄마도 신기한 맛이라며 연신 뜯어드셨다. 그러나 문제는 그다음 나온 문제의 프란세지냐.
두 명이 나눠 먹겠다는 나의 의견은 묵살되고 한 사람당 작은 사이즈로 한 개씩 먹어야 된다는 말에
내 앞에 놓이게 된 프란세지냐. 빵에 소시지와 베이컨 등이 사이에 들어 있고 그것을 치즈로 감싼 음식이다.
맛집으로 유명하다지만 이미 양파로 기름칠된 내 위장에는 더 이상 들어갈 수 없는 느끼함이었다.
돈이 아까와서 한 다섯 입 먹고 바로 포크를 내려놨다. 이건 나의 위가 원하는 바가 아니다.
아... 나는 미식가도 아니고 솔직히 한국에서도 피자와 스파게티는 잘 사 먹지 않는다.
나가서 뭘 사 먹어야 하는데 먹을게 딱히 떠오르지 않을 때 먹는 것이 바로 양식이다.
이걸 여행 내내 먹어야 하다니 골이 아파왔다.
숙소로 돌아오자마자 매실액기스를 바로 꺼내 먹었다. 소화제도 먹었다. 그래도 느끼함은 가시지 않았다.
돈 10만 원 버리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내 위장을 버리는 것이 더 큰 문제였다.
어릴 때는 한 달을 해외로 나가도 김치하나 챙길 생각을 하지 않던 나였다.
그 흔한 라면 하나도 안 챙겼다. 그런데 이제는 안 되겠다.
이번 여행에서는 최대한 맛있는 현지 음식을 사 먹자는 생각에 햇반과 라면을 적게 들고 왔다.
침대에 누워 챙겨 온 밥과 라면의 개수를 세며 한숨이 나왔다. 더 챙겨 올 걸.
아.. 여행 내내 이런 느끼함을 계속해야 한다면 못할 것 같다.
순간 공포가 밀려왔다.
아니 많고 많은 공포 중에 음식을 못 먹을 것 같은 공포라니.
굳이 맛집을 찾을 필요가 없을 것 같다. 그게 특히 해외에서라면.
한국에서야 된장찌개의 그 미묘한 맛 김치찌개의 그 미묘한 맛의 차이를 알겠지만
미식가도 아닌 내가 스파게티 맛의 차이를, 양식의 맛의 차이를 어찌 알리.
최대한.. 한국음식과 비슷한 음식을 찾자.
매콤한 음식을 찾자.
그게 내가 2주간 이 여행지에서 버틸 수 있는 방법이다....
라며 느끼한 속을 달래며 잠을 청했다.
(다음 날 점심까지 아무것도 먹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