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피트 거리,
오늘도 앞사람과 혹은 마주쳐 지나가는 사람과 거리를 유지한다.
마스크를 쓰지 않고 하는 운동이기에 사회적 거리두기는 중요하다.
운동하러 나왔다 코로나 바이러스에 걸리면 큰일이다.
집에서도 말할 사람이 없다. ‘이상한 여자’ 룸메이트와는 가능하면 마주치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
‘이상한 여자’는 방에서 나오지 않는다.
남에게서 감염되지 않겠다는 방역계획을 세운 듯하다.
대놓고 나에게 소독제를 안 뿌리는 게 다행일정도란 생각을 했다.
여하튼 안 보니 다행이다. 보면 스트레스니까.
사람과 말을 안 한지가 너무 오래됐다.
말을 하고 싶다. 한국말이면 좋겠지만 영어라도 상관없다.
누군가를 붙잡고 말을 하고 싶다. 외롭다. 외로워서 미칠 지경이다. 사람을 만나고 싶다.
산책남에게는 여전히 말을 걸지 못하고 있다(잘 안 나와서 잘 보지도 못한다).
속 편하게 혼자만의 사랑을 하기로 결정 내렸지만 볼 때마다 움찔대는 심장은 어쩔 수 없다.
말을 걸라고 심장이 들고일어나면 뇌에서는 쪽 팔릴 거라며 계속 찍어 내린다.
내적 분열에 난리가 아니다.
짝사랑의 고통만 심해지고 있을 뿐이다.
안전망을 치기로 했다. 산책남에게 마음을 몰빵 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명을 두고 가능성을 넓히기로 했다.
물론 그들은 이런 대상에 올랐다는 사실을 알리 만무하다.
그래도 5명의 남자를 후보에 올려놓고 있었다.
첫 번째 남자는 당연히 산책남.
발군의 외모를 가진 산책남은 백 미터 떨어져서도 후광이 비친다. 이 남자는 절대적이다.
두 번째 남자는 뛰는 남자.
이 남자는 30대 초반으로 보이는 동양인 남자다. 중국인으로 추정된다. 매번 볼 때마다 뛴다. 쉬지 않고 뛴다. 휙휙 지나가서 얼굴을 잘 못 봤지만 전반적으로 훈남의 향기는 난다.
세 번째 남자는 혼혈 남자.
얼굴은 동양과 서양 혼혈로 보인다. 한국계인지는 모르겠다. 키가 크고 지적인 분위기다. 혼혈인 사람들의 특징이 그렇듯이 기본적으로 잘생겼다. 하지만 항상 친구들과 같이 운동하고 있어 말을 걸 여지가 없다.
네 번째 남자는 선글라스 남자.
항상 모자와 선글라스를 끼고 있다. 턱수염까지 길렀다. 얼굴이 보이지가 않는가. 실루엣 상으로는 나쁘지 않아 보이는데 제대로 얼굴을 본 적이 없으니 내 취향인지 아닌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이 남자는 매우 천천히 걷는다. 왠지 선글라스 아래로 나를 유심히 보는 것도 같다. 우선은 나에게 관심이 있는 것으로 보이는 대상이다.
다섯 번째 남자는 귀여운 대학생이다.
부모님과 항상 같이 나오더니 어느 순간 혼자 운동하기 시작했다. 모범생 스타일이다. 내게 관심이 있는 듯 지나칠 때마다 의식하는 모습이 귀엽다. 생긴 것은 맘에 들지만 너무나 어린 나이여서 그냥 귀여운 아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언택트 시대에 사람들 접근이 금지됐다.
그런데 나는 그 어느 때보다 외로움에 몸부림치며 컨택트 하고 싶다.
이토록 간절히 컨택트를 원했던 적이 없을 정도다.
5명의 남자 중 단 1명만이라도 컨택할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이 글은 코비드 19로 외출 금지령이 내려진 미국 조지아 주를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2020년 3월과 6월 사이 100일 동안 걷기 말고는 할 것이 없었던 한 여성의 '처절한'이야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