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일 차/ 다른 트레일을 걷다

by 집녀


나는 싫증을 잘 내는 편이다.

뭔가를 꾸준히 하지를 못한다. 대표적인 B형 성격이다.

B형은 공부도 이 자리 저 자리 바꿔가며 하는 것이 좋다고 권유한다.

그런 내가 매일 같은 시간, 같은 곳에서 걷기 운동을 하는 것은 차라리 기적에 가깝다.


그런데 그 일을 한 달 넘게 하다 보니 드디어 지겨워지기 시작했다.

다른 풍경도 보고 싶어 졌다. 미국에까지 와서 매일 같은 곳을 걷는다는 것은 뭔가 아쉽다.

그렇다고 너무 멀리 갈 수는 없다. 외출금지령으로 멀리 가면 법에 저촉되지 않을까 걱정도 됐다.

5마일. 즉 8km 안에서 갈 만한 다른 트레일 길을 찾기 시작했다.

하나가 나왔다!

거리도 왕복 11km 적당했다. 오늘 작심하고 새로운 산책로를 향해 나섰다.


새로운 산책길. 새로움도 좋았지만 두려웠다. 매일 가는 길은 익숙했다.

사람이 없어 보이지만 결국엔 곳곳에 있다는 것을, 위험하지 않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

그런데 새로운 산책길은 그게 아니다. 진짜 사람이 없는 한적한 곳일 수 있다. 위험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한 5분을 걸었는데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

사람이 끝까지 없을 수 있다는 생각에 발걸음이 무거워졌다.

매일 듣던 오디오북도 오늘따라 더 들리지 않는다.

집중해도 안 들리는 판에 집중은커녕 이어폰을 끼는 것 자체가 부담이다.

혹시나 나쁜 사람이 뒤에서 나타날까 봐, 강도라도 나타날까 봐 신경이 쓰였던 것이다.


그렇게 십 분을 떨며 걸었다. 그런데... 사람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결국 사람들이 다니는 산책길이었다. 괜히 겁을 냈다는 생각에 안도감을 느꼈다.

그제야 드디어 풍경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평소 다니던 산책길과 차이점도 즐기기 시작했다.


새로운 산책길은 평지가 대부분이다.

평지와 경사길이 적당히 섞여 있는 평소 다니던 길과는 차이가 느껴졌다. 많이 걸었는데도 힘이 들지 않는다.

대신 조금 지루함이 느껴졌다.

구불구불 꺾는 재미가 있던 평소 길과는 달리 새로운 산책길은 일자 길이 대부분이다.

어차피 예상된 길을 거리만 줄여가는 느낌이랄까? 그래도 새로운 길을 도전하니 설레는 마음이 생긴다.

뭔가 다른 것이 기다리고 있을 것 같은 느낌이다.


왕복 11킬로미터 길을 완수하며 평소 길을 생각했다.

이번 산책은 잠시 외도라고 해 두자.

평소 길이 얼마나 걷기 좋고 예쁜 길이었는지 확인하는 계기였다고 생각하자.

내일 다시 평소 길을 걸을 생각에 뿌듯했다.

어느 곳보다 예쁜 산책길이 바로 가까이 있다는 사실에 만족했다.


(이 글은 코비드 19로 외출 금지령이 내려진 미국 조지아 주를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2020년 3월과 6월 사이 100일 동안 걷기 말고는 할 것이 없었던 한 여성의 '처절한'이야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