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 오디티의 첫 번째 이사
이사를 했다. 스페이스 오디티의 첫 이사! 이렇게 빠르게 옮기게 될 줄 몰랐는데 첫 이사는 내가 상상한 것보다도 훨씬 더 빠르게 얘기가 나왔고, 금세 진행됐다. 우리는 위워크 을지로에서 3월 2일 새롭게 오픈한 광화문점으로 옮기게 되었다.
어느덧 위워크 을지로에 들어온 지 1년이 다 되어가고 있었고, 새롭게 계약을 해야 하는 시점이었다. 그리고 그 사이 위워크는 서울의 곳곳에 공간을 오픈하고 있었다. 우리는 2월 말쯤 하루 날을 잡고 서울역점과 광화문점 투어를 신청해 전 멤버가 다 함께 새로 생긴 공간들을 둘러보았다.
사실 이사를 하기 전, 위워크 서울역점과 광화문점 중 어디로 옮길까를 두고 꽤 열정적인(ㅋㅋ) 토론이 이어졌다. 투어를 하고 온 다음 날 우리는 회의실 하나를 잡고 각 지점의 장단점과 각자의 생각에 대해 여러 가지 의견을 주고받았다. 광화문점은 3월 오픈, 서울역점은 5월 오픈이라 타이밍의 이유와 멤버들 의견을 종합한 끝에 최종 목적지는 광화문점으로 결정되었다.
우리는 2월 28일에 이사를 했다. 그런데 하필 이날 비가 왔다. 정들었던 우리의 8인실 오피스에 의외로 쌓인 짐들을 정리해 다마스에 실어 보내고 몇몇의 멤버들은 미리 들고 갈 수 있는 정도의 짐들을 들고 광화문점으로 출발했지만... 비가 많이 와서 그런지 택시가 잡히지 않았다.
결국 먼저 회사로 가기로 했던 우리 네 명은 지하철을 타기로 했다.
을지로 4가에서 3호선까지 왜 그렇게 먼 것인지ㅋㅋ 10분 넘게 걸어가 3호선을 타고 우리는 경복궁역에 내렸다. (추후 알게 된 사실이지만 안국역이 조금 더 가깝다.) 그리고 단순히 거리상으로 오피스와 가장 가까운 출구로 나왔는데 이 출구는 경복궁 안에 있던 출구였다.
바리바리 짐을 싸들고 있던 우리는 한편으로는 어깨가 무거웠지만 출구를 나오니 비 내리는 경복궁이 보였다.
"우왕!"
"여행 온 것 같아요!"
"아잇 빨리 가자"
한 손에는 우산을 들고 한 손에는 짐을 들고 빗길을 뚫고 오느라 우리의 새로운 공간에 도착할 때쯤 우리는 이삿짐을 옮기기도 전에 이미 녹초가 되어버렸지만 ㅋㅋㅋ 뭔가 재미있었다. 자연스럽게 "여행 온 것 같다"는 말이 나오게 하는 광경. 회사로 향하는 길에 보이는 풍경에 요즘 출근길이 즐겁다. 우리의 새로운 공간은 말 그대로 경복궁 바로 앞에 있다.
특히 날씨가 맑은 날이면 넓게 펼쳐진 하늘을 볼 수 있다. 광화문과 경복궁 뒤로 우리나라에선 흔히 볼 수 있지만 다른 곳에선 의외로 보기 힘든, 정말 한국적인 산 능선이 보이는 것도 눈을 즐겁게 한다.
서울의 중심이자 심장과도 같은 광화문인지라 집회가 많이 열리긴 한다. 내가 일주일 사이 본 집회만 해도 세계 여성의 날을 맞은 집회와 미투 운동부터 한국 GM 시위까지 다양하다. 아직 2년도 채 되지 않은 촛불 집회를 할 때처럼 새삼스럽게 역사 속에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뉴스에 나오는 소식들이 피부로 느껴지는 곳이다. 걷는 길에 역사 공부를 하는 느낌이다.
광화문점으로 오고 첫 일주일이 흘렀다. 출근길이 즐거운 것과 더불어 또 다른 좋은 점은 주변에 좋은 자극을 받을 수 있는 곳이 가득하다는 것이다. 이번 주만 점심시간에 교보문고를 두 번이나 다녀왔다. 걸어서 서촌, 북촌, 인사동에 갈 수 있다. MMCA를 포함해 다양한 전시관, 박물관에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라 마음만 먹으면 점심에 전시를 보고 오는 것도 가능하다! 씨네큐브에도 걸어서 갈 수 있다. 그리고 갈 곳이 많은 만큼 맛집도 많다.
사실 내 행동반경을 더 넓히고 싶어서 킥보드를 살 생각이었는데 위치가 이렇다 보니 벡이 먼저 슬랙에 말을 꺼냈다. 공용 자전거를 사자고 하셨지만 멤버들 의견 따라 킥보드로 의견이 좁혀졌다.
날이 조금 더 풀리면 킥보드를 타고 광화문 일대를 누빌 오디티를 생각하니 웃음이 나온다. ㅋㅋ
마지막으로 위워크 광화문점 정말 정말 좋다. 위워크 스텝분들도 친절하고, 여러 가지로 도움받고 있는 면이 많아서 감사할 따름이다. 위워크 광화문점은 2~4층 구조에 안이 다 계단으로 연결되어 있어서 그런지 조금 더 친근하고 아늑한 느낌이다. 알고 보니 겹치는 친구가 많았던 커뮤니티 매니저 분도 계셔서 더 그런 것 같기도 하고. 계단으로 이동이 가능하다는 점도 시간을 많이 아껴준다. 채광도 좋다. 너무 햇빛이 잘 들어서 문제일 정도다.ㅎㅎ
우리는 8인실에서 10인실로 옮기게 되었다. 어찌나 공간이 크고 넓게 느껴지던지.
일할 때 공간도 정말 중요하다고 하는데, 아직 소규모의 집단인 우리가 쓰기엔 더 없이 좋은 공간인 것 같다. 위워크 라운지에서 미팅을 하기도 좋고. 공용 오피스지만 어렸을 때 어렴풋이 그리고 막연하게 꿈꿔왔던 공간과 내가 일하는 모습이 닮아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나모리 가즈오의 <카르마 경영>에 나오는 말처럼 "컬러로 상상하면 실현된다"는 말도 문득 생각났고. 좋은 사람들과 좋은 공간에서 일할 수 있어서 감사하다.
일하는 장소를 옮기니 본격적으로 오디티 시즌2의 느낌이다. 한 달 후면 스페이스 오디티가 시작된 지 1년이 되기도 하고. 작년 1년간 나 나름대로의 모험을 마치고 스페이스 오디티에 탑승한 이후 재밌고 좋은 멤버들과 즐겁게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우리가 하고 싶은 일, 더 잘할 수 있는 일에 대한 이런저런 고민을 함께 하면서. 이제 시작인 오디티 광화문 라이프도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