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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로하융 Jan 13. 2017

가깝지만 잘 몰랐던 노을빛 인천

도깨비 내외도 사랑한 동네, 인천 사진일기

2016년의 마지막 날 하루 전. 12월 30일에 나는 고등학교 때 친한 친구 몽이와 인천으로 급 여행을 다녀왔다.

1박 2일을 어디로 갈까 고민하다가 동생이 내가 인천을 좋아할 것 같다며 추천을 해주었다. 동생은 개화기 느낌의 오래된 건물들이 많다는 얘기를 해주었다. 귀가 솔깃해져서 조금 찾아보니 관심이 생겼고, 여러 행선지를 제치고 '인천' 당첨! 뚜벅이 여행을 하기도 좋고, 맛있는 것도 많고, 바다도 볼 수 있고. 가깝게 느껴지지만 막상 제대로 가본 적이 없는 인천은 기대 이상으로 좋았던 곳이다.


그리고. 30일은 깨요일인 금요일이었다. 이전까지 도깨비를 한편도 보지 않은 나에게 내 친구 몽이가 내준 숙제는 이전 편을 모두 예습하고 오라는 것. 금요일 저녁에 함께 도깨비를 봐야 한다며ㅋㅋ 드라마도 재미있었지만, 한 가지 나도 몽이도 여행지를 고를 때 몰랐던 사실은 도깨비의 많은 장면들이 인천에서 촬영되었다는 것이었다. 마침 인천에 가기로 했는데 잘됐다 싶었다. 아래는 나와 몽이가 사진으로 기록한 그날의 단상들이다.


우리는 지하철을 타고 1호선의 종점인 인천역에 2시쯤 도착했다. 호텔에 체크인하기 전 너무 배가 고팠던 우리는 차이나타운에서 밥을 먹었다. 너무 맛있게 먹느라 우리는 아무런 사진도 찍지 못했지만... 인천 차이나타운에서는 엄청나게 맛있는 코스요리를 단돈 15,000원에 먹을 수 있다.ㅠㅠ (진짜 맛있었다. 가격도 착하고 맛은 감동) 호텔 체크인을 하고 우리가 가장 먼저 향한 곳은 걸어서 10분도 안 걸린 개항누리길이다.

개항누리길은 개항 이후 우리나라의 근대문화유산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오래된 건물들이 잘 보존되어 있어 걸으면서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입구에는 인천아트플랫폼이 있는데, 오래된 건물들 외관은 그대로 보존하면서 내부에서 전시도 하고 공연도 하는 문화공간으로 사용하고 있다. 거리 곳곳에도 귀여운 예술 작품들이 한가득이라 걸으면서 볼거리도 쏠쏠하고 사진 찍기 정말 좋은 곳이었다.

예쁜 몽이 @개항누리길

겨울이라 그런지 해가 빨리 져서, 하늘도 점점 바닐라 스카이로 변하고, 벽돌 건물들도 점점 붉게 물들기 시작. 내가 정말 좋아하는 색깔들

귀여운 문과 귀여운 나무 그림자

신나게 사진 찍고 노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신난 우리들

대한통운 건물 앞에 있던 '개항호'. 우리가 조금 늦게 도착해서 내부는 들어가 보지 못했는데 다음엔 내부도 구경해보고 싶다.

거리 곳곳의 예술 작품들

디테일하게 보면 또 보이는 것들이 있었다. 저 모자에 스마일이 너무 귀여움 

우리가 간 날은 사람이 정말 없어서 거리에 전세 낸 기분으로 돌아다녔다 흐흐. 다음번에는 조금 더 천천히 둘러보고 싶다.

거리마다 분위기가 조금씩 달랐는데, 너무 계획 없이 즉흥적으로 온 터라, 어딜 가나 우리는 새롭고 놀라워했다. 너무 이뻐 너무 이뻐 너무 좋다를 연발하며 걸어 다녔다 ㅎㅎ  

그중 우리가 꽤 오랜 시간 앉아있었던 카페 화요일. 문밖에 있는 빨간 우체통부터 전체적인 모습도 멋있었지만 내부는 더 분위기가 좋았다. 그리고 맘씨 좋은 사장님 덕분에 더 좋았던 곳이다 :) 인천을 들릴 계획이라면 무조건 추천!

카페에 들어서자 살짝 타임슬립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오래된 난로와 축음기, 풍금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있던 곳. 

카페 화요일에 들어가면 보이는 풍금

몽이가 앉아서 풍금을 쳐보려고 했는데 잘 안됐다. 학교종이 땡땡땡을 시도했던 것 같은데 사장님이 학교종이를 쳐야 할 것 같죠?라고 물어보기 전까진 난 학교 종인줄도 몰랐다ㅋㅋ 옆에서 구경하시던 사장님이 오셔서 대신 한 곡 쳐주셨다 

몽이의 시선! 시계와 "인생은 시간이다" 문구. 카페 화요일에는 몇십 년 전 인천의 거리를 담은 흑백사진이 엽서로 만들어져 있었다. 나와 몽이는 서로에게 그리고 즉흥여행에 함께하지 못한 꼼에게 편지를 써주었다. 팬지 차도 주문하고 도라에몽이 좋아한다는 '도라야끼' 팥빵도 시켜서, 먹고 마시면서 가만히 앉아서 편지를 썼다. 투명한 티팟 안에 팬지꽃이 둥둥 떠다니는 게 예뻤다. 참, 대추차도 마셨는데 진짜 맛있었다. 차라기엔 조금 걸쭉한 느낌도 있는데, 건강하고 몸이 사르르 녹는 맛!

사장님은 서로에게 편지 쓰는 우리의 모습이 너무 예쁘다며 사진을 찍으셨다. 그러고는 어디론가 가시더니 방금 찍은 사진을 폴라로이드로 인화해서 보여주셨다. 트렌디하신 사장님ㅎㅎㅎ. 우리가 공유 싸인을 보고 좋아하던 모습을 보셨는지 공유 싸인이 된 엽서에 우리 사진을 집게로 고정시켜주셨다:) 


의도한 건 아닌데 우리가 가는 곳들이 어쩌다 보니 도깨비 촬영지들이랑 겹쳐서 나와 몽이는 모든 시간 눈부셨다며 깨비 드립을 치며 놀았다 ㅋㅋ 근데 진심으로 좋아하는 친구와 함께여서 더 즐겁고 행복했던 시간.

또 방문하고 싶은 곳!

카페 화요일 옆에는 우리 제본이란 건물이 있었는데, 간판부터 건물 전체가 너무 예뻤다. 이런 터키/그리스스러운 타일에, 이런 색깔 건물이라니! 

인천 여행을 다녀와서 몽이가 도깨비에 나온 우리가 갔던 곳들을 찾아서 보내주었다. 


카페 화요일 앞에는 일본식 은행이 있었는데, 이때는 잘 몰랐는데... 그 건물이 우리나라 최초의 금융기관이라고 한다. 그렇게 역사적인 의미가 있는 곳이었는데 몰랐던 사실을 반성하며;_; 다음번에는 조금 더 꼼꼼히 보고 오는 것으로...

개항누리길의 중간쯤으로 갈수록 더 일본스러운 건물들이 나왔다. 처음에는 단순히 예쁘다고 좋아했는데, 알고 보니 우리나라의 쓰라린 역사가 담긴 곳이기도 했다. 

그냥 일본풍의 건물들로 지은 것이 아니라, 실제 개항 이후 일본 조계지였고, 일제강점기에도 있었던 100년이 넘은 역사가 있는 건물들이었다. 

센과치히로 목욕탕을 연상시키는 관동오리진

이 공원의 계단을 중심으로 왼쪽은 청국 조계, 오른쪽은 일본조계였다고 한다. 양 옆의 가로등을 봐도, 석등을 봐도 한쪽은 중국스럽고 한쪽은 일본스러워서 그 구분이 확연히 드러난다. 

돌아오는 길에 찍은 사진들

대한통운에 '통'자를 저렇게 쓴 게 너무 귀여웠다. 

그리고 이 노란 문 앞에서 꼭 점프샷을 찍어보고 싶었다. 

사진으로 봐도 왼쪽은 차이나타운 오른쪽은 일본식인 게 보인다. 공원은 아쉽게도 이번 여행에는 가보지 못했다.


저녁시간쯤 나와 몽이는 조개구이를 먹으러 월미도로 향했다. 택시 타고 기본요금만 내면 월미도 도착! 먹는 사진은 역시나 없다(...)

월미도에는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매우 빈티지한 느낌의 "월미 테마파크"가 있다. 나는 이런 오래된 테마파크를 매우 매우 좋아한다. 너무 오랜만에 본 디스코팡팡! 우리는 뭐라도 타야 되지 않을까 하는 의무감에 바이킹을 타기로 했다.

밥 먹기 전에 이 마이 랜드 2층 바이킹을 탔는데.... 이거 진짜 대박이었다. 나는 놀이기구를 잘 타는 편이고 특히 바이킹은 뭐 먹으면서도 탈 수 있는데, 이건 2층에 있어서 생각보다 높기도 했고 높이를 떠나서 일단 속도가 너무 빨랐다ㅋㅋㅋ 와 기대 이상 

높이는 이 정도로 올라가는데 속도가 진짜 빠르다. 그리고 어찌나 오래 태워주는지 ㅋㅋㅋ 


저녁을 먹고 나와 몽이는 도깨비를 보러 호텔로 돌아왔다. 도깨비를 보면서 좀 휴식을 취하고, 9시 반쯤 다시 나와서 맥주 한잔 하러 우리가 향한 곳은 바로 인천에서 가장 오래된 재즈클럽 "버텀라인". 30년이 넘은 역사를 자랑하는 재즈클럽이다.

마침 이날 라이브 공연이 있어서 우리는 2부부터 관람할 수 있었다. 뮤지션들이 직접 곡 소개를 해주고 연주를 해주었다.

바에 빼곡히 차 있던 씨디와 엘피들

높은 천장 위에 있던 트럼펫 싸인이 인상적이었다 

뮤지션들이 앉아서 쉬고 있던 곳. 맥주 한잔을 마시며 재즈 공연을 보고 하루를 마무리하니 오늘 하루가 완벽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호텔로 돌아가는 길에 마주친 광경. 우리는 '어머 덕화야 안녕'을 외쳤더랬지 ㅋㅋㅋ 


다음날 서울로 올라오기 전 우리는 배다리 헌책방거리에 들렸다. 

토요일이니까 사람이 많지 않을까? 하던 우리의 우려와는 다르게 이곳도 사람이 많이 없었다. 2016년의 마지막 날이라 다들 다른 곳으로 여행을 간 것인지. 배다리 헌책방거리 곳곳에는 "배다리는 우리가 지켜야 할 역사"란 식의 싸인이 여기저기 붙어 있었다. 

도깨비에 여러 번 등장하는 한미서점

서점 안으로 발을 들이니 오래된 책들 냄새가 났다. 어렸을 때,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랑 같이 살 때 우리 집에도 오래된 책들이 많았는데. 익숙한 향은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서점 안을 천천히 둘러보다가 나와 몽이는 책을 한 권씩 골라서 구매했다. 헌책이라 그런지 떡볶이 한 그릇 가격에, 3,000원에 우리는 좋은 책들을 사서 나왔다. 한미서점 주인장도 너무너무 좋으셨다. 인천 사람들은 다 친절한가?


우리도 오래된 것들을 조금 더 잘 보존하면 좋을 텐데. 오래된 물건도 공간도 그 시간을 견딘 만큼 매력이 있는데 빠른 세상 속에 사라져 가는 것들이 아쉽다. 드라마에 나왔으니 배다리에도 사람들이 더 많이 가고, 헌책을 사고파는 게 조금 더 활발해져서 우리의 역사가 담긴 이런 공간들이 오래도록 남아 있었으면 좋겠다. 


즉흥여행으로 떠났고 거의 아무런 사전조사 없이 다녀온 인천이지만 기대 이상으로 볼거리도 많고 역사적으로도 의미가 있는 곳이었다. 나는 사실 빙산의 일각 정도만 보고 온 것 같은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좋은 곳들이, 의미 있는 곳들이 또 얼마나 많을까. 부담 없이 다녀올 수 있는 곳이니 언제든 또 좋아하는 사람들과 훌쩍 다녀와야겠다. 또 보자 인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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