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알로하융 Apr 01. 2017

슬로우 슬로우 치앙마이 #2

치앙마이의 시간은 느리게 흐른다 Photo Essay

우리나라에도 좋은 커피샵이 많지만, 치앙마이에도 좋은 공간과 맛있는 커피를 파는 곳이 아주 많다. 커피와 공간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분명 치앙마이를 좋아하게 될 것.


매일매일 신선한 두유를 만드는 카페. 이 곳에서는 두유를 넣은 커피를 팔고 있었다.

빨간 스쿠터와 시원하게 뚫린 창문. 어딜 가나 여유로운 분위기가 있었다. 어차피 요즘 밖에는 오후가 되면 돌아다니기 힘들 정도로 더워져서 나는 한 공간에 들어가면 느릿느릿 움직였다.


지내던 숙소에서 가까워 계속 가야지 가야지 하다가 겨우 들린 카페 bulbul. 이 곳에서도 핸드드립 커피를 판다.

사진을 찍다가 커피를 주문하는데 바리스타가 앞에 앉으라고 해서 커피 내리는 걸 구경했다. 이 곳을 어떻게 알고 왔는지 계속해서 궁금해하던 직원들!

이 카페에서는 디자인, 광고, 브랜딩 관련 서적을 마음껏 볼 수 있었다. 영어로 된 책도 많고 참고서도 많다. 책을 팔고 있기도 했지만 판매하고 있는 책들은 모두 태국 책. 태국 책들 표지가 예쁜 게 많았다. 그리고 페이퍼백이라 가볍다. 우리나라도 페이퍼백 책들 좀 있었으면 좋겠다 ㅠㅠ 나는 책은 가벼운 게 좋던데. 우리나라 책들은 여행하면서 들고 다니기는 무거워서 잘 안 들고 다니게 된다.

나는 이 책상에 앉아서 커피를 마시며 몇 시간 동안 다양한 매거진을 봤다. 참고로 저 커피 옆에 있는 하얀 동그라미는 우유 얼음이다.ㅠ ㅠ 위스키 마실 때 아이스볼처럼 커피를 조금씩 넣어 마시면 우유가 조금씩 녹아서 섞인다. 너무 귀여운 아이디어 ㅠ-ㅠ

매거진 보는데 책 정리하던 도서관 사서. 사교성이 좋아서 계속 나에게로 와서 말을 걸었다. 서로 디자인 분야에 일하는 줄 알았다고 얘기하고, 그건 아니라고 웃고. 도서관 사서는 나에게 책을 좋아하냐고 물었고, 내가 좋아한다고 답하자 자기도 너무 좋다며 이 곳에서 일하는 게 행복하다고 말했다. 밝은 에너지가 나에게도 전해져서 나까지 덩달아 기분이 좋아졌다.


엄청나게 더웠던 날. 차분했던 느낌의 카페! 기본적인 느낌으로 꾸며져 있었고, 커피가 맛있었다 :) 치앙마이는 일본의 영향을 많이 받긴 한 것 같다. 이 곳에는 BRUTUS 의 CASA매거진과 Premium 매거진이 월별로 모아져 있었다. 잡지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

나는 카페에 가면 80%는 아이스 라떼를 시킨다. 플랫화이트가 있으면 그걸 시키고, 가끔 드립 커피나 그냥 블랙이 마시고 싶을 때는 우유가 안 들어간 걸 시키지만. 이 곳의 라테는 정말 맛있었다:) 물론 내가 엄청나게 갈증이 나 있는 상태기도 했지만.

Imagine 글자 때문에.

햇살이 예쁘게 비추던 곳.



사진 찍기를 멈출 수 없었던 공간들

치앙마이에서만 필름을 5통은 쓴 것 같다. 햇빛이 좋아서, 공간이 좋아서, 자연이 좋고 소품이 좋아서 계속 사진을 찍었다. 필름은 한국 가서 현상하겠지만 벌써부터 어떻게 나올지 기대가 된다 :)

치앙마이에는 나무에 천장에 이렇게 전구가 달려 있는 곳이 많았다. 마치 매일매일이 축제인 것처럼. 처음 이 도시에 도착했을 때 나는 어딜 가나 '우와!'를 연발했다. ㅎㅎㅎ

사진 현상소 겸 카페 겸 이 곳에서 일하는 아티스트들의 아지트. 작품 전시도 하고, 커피도 팔고, 필름도 팔고, 사진도 뽑아주고. 현상비도 저렴하고, 다양한 필름을 판매하고 있었다. 우리나라에 오프라인 이런 공간이 있다면 매일 갈 텐데!

내가 들고 있던 필카가 어느 순간 필름이 안 감겨져서 찾아 간 거였는데 1분도 안돼서 문제를 해결해주었다.



옷을 디자인하고 샵을 운영하는 그녀의 감성이 물씬 느껴졌던 인테리어. 엘리엇 스미스와 mgmt 노래가 연달아 흘러나왔고, 벽에는 영화 Her 그림이, 바닥에는 존레논과 오노 요코의 그림과 책이 있었다. 엘리엇 스미스, mgmt, Her, 레논과 요코. 나와 취향이 너무 겹쳐서 들어가는 순간부터 매료되었는데 이 곳의 옷들도 역시나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이 많았다. 배낭여행자 주제에 몇 가지 옷을 지르고 말았다.

그녀의 감성대로 꾸민 공간!


반캉왓에서 조금 걸어 나오자 있었던 카페. 작은 연못을 둘러싸고 카페, 수제버거집, 작은 무대와 쉬는 공간이 모여있었다. 이 나무집 안에는 오래된 가구와 텔레비전, 캐리어가 모아져 있었고, 2층에서 1층을 미끄럼틀이 연결하고 있는 게 너무 귀여웠다.

치앙마이는 지금이 비수기라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덕분에 나는 한층 더 여유롭게 구경할 수 있었다. 이 카페에서도 나 혼자 전세 낸 기분.


대망의 Enough for life.

공간이 너무너무 예쁘다 ㅠㅠ 이렇게 밖에는 설명을 못하겠다. 한국인 주인장님의 감각이 돋보였던 곳!

이 곳에서 나는 3시간 넘게 있었던 것 같다. 구경하고 밥 먹고 사진 찍느라 바빴다.

금붕어 식당에 앉아서 보인 광경. 더 좋았던 건 선곡 때문이다. 처음 이 공간에 들어섰을 때는 '언니네 이발관'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치앙마이에서 이런 공간에 언니네 이발관이 흘러나오니까 괜히 더 반갑기도 하고, 음악이 공간과 잘 어울렸다. 이후에 나온 건 장필순의 노래. 금붕어 식당의 요리를 기다리던 나는 그 자리에 앉아서 나오는 노래를 따라 불렀다. ㅎㅎㅎ

금붕어 식당의 주방. 나는 밖에 앉아서 아쉽게도 얘기는 많이 나누지는 못했지만, 내가 밖에서 혼자 노래를 조금씩 따라 부를 때 이 분도 요리하면서 노래에 따라 흥얼흥얼 하시는 게 들려왔다. 괜스레 기분이 더 좋았다 :)

요리도 어찌나 예쁘게 담겨서 나오는지 ㅠㅠ 그리고 엄청 맛있었다. 나는 금세 한 그릇 뚝딱 해치웠다.

왼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이런 광경이,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이렇게 햇살이 마당의 자전거와 식물을 내리쬐고 있었다. 그냥 내 눈 앞에 보이는 광경이 너무 좋아서 넋을 놓고 앉아 있었다.

이너프 포라이프 내부.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 보물처럼 잔뜩 모여 있었다.

이건 금붕어 식당 맞은편에 커피숍.

이 곳에선 수박 주스를 마시며 저 옆에 꽂혀 있던 어라운드 매거진 2권을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정독했다. 어라운드 매거진 좋아요 <3


랜덤 한 순간들.

치앙마이의 공간을 구경하는 재미는 디테일에 있다. 독특한 바닥과 책상, 앤티크 한 가구들, 특이한 모양의 거울들. 4년 전에 관광지는 해치워서 이번에는 공간 탐방을 위주로 있었는데 조금 더 치앙마이에서 지내는 삶을 간접 경험한 기분이라 만족스럽다. 치앙마이에 안 가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가는 사람은 없을 것 같아.

여기 앉아서 글을 쓰면 잘 써지겠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

엄청 조그맣고 귀여웠던 고양이들 ㅠㅠ 가게 밖으로 자꾸 나가고 싶어 했는데 알고 보니 화장실이 가고 싶어서 그런 거였다. 똑똑이들! 이 가게도 '펭귄 빌리지'라는 아티스트들의 공간이 모여 있는 곳에 위치해 있다. 브롬튼 자전거가 벽에 아무렇지 않게 툭툭 세워져 있고, 작은 커피샵과 레스토랑, 핸드메이드 가게로 둘러 쌓인 곳을 이 고양이들은 자유롭게 돌아다닌다.



가나다라 근처에 있는 The Barn Eatery and Design

혼자서 커피 마시고 일하는 사람들이 많은 공간이었다. 나 같아도 이런 곳으로 와서 일할 것 같다.

야외 모습.


치앙마이에서 해보고 싶었던 일 중 하나가 쿠킹클래스였다. 태국 요리 배우기! 나는 쏨땀을 너무 사랑해서 쏨땀 만들기는 꼭 배우고 싶었다. 우연히 알고 보니 치앙마이에 3개월을 살고 있던 친구와 만나 쿠킹클래스를 들었다. 2명~10명으로만 진행되는 소규모 클래스에다가 요리하는 공간도 야외에 귀엽게 꾸며져 있었다. 결과는 대만족 :) 오전에 만나면 마켓부터 들러서 다양한 재료를 설명해주고, 어떻게 싱싱한 야채를 고를지 가르쳐준다. 문제는 태국에만 나는 야채가 많다 ㅠ-ㅠ ㅋㅋ 저 위에는 모두 '가지'! 동글동글 제일 작은 것도 가지란다!

요리하는 거 정말 너무 재미있었다! 우리는 각자 태국요리 5개씩 골라서 요리했다.

나는 팟타이와 코코넛 수프 선택! 내가 만들었지만 너무 맛있었음 ㅠㅠ

내가 만든 쏨땀과 새우가 들어간 카레. 진짜 너무너무너무너무 맛있었다 ㅋㅋㅋㅋ

치앙마이에서 쿠킹클래스를 듣고 갔던 카페. 쿠킹클래스는 치앙마이에 갈 예정이 있다면 완전 강추다 :-) 특히 내가 갔던 Zabb E Lee 쿠킹클래스 강추합니다:) 선생님도 귀엽고 재밌고, 소규모로 진행돼서 더 좋고, 올드시티와도 가깝고, 클래스를 함께 들은 여행자 친구들도 모두 좋았다.


쿠킹클래스 이후에 들린 카페

이 사진의 비밀은 거울. 치앙마이에서는 막 찍어도 작품이 된다.



자연에 둘러싸인 도시

식물을 좋아하는 사람도 치앙마이와 사랑에 빠질 수밖에 없다. 어딜 가나 신기하게 생긴 나무와 알록달록한 꽃들, 다육이, 선인장이 무성했으니까.

멋진 나무에 매달려있던 그네.

그림 같아 ㅠ-ㅠ


해가 질 때쯤이면 나무와 건물은 점점 어두워지고, 하늘은 점점 붉게 그라데이션 되었다.

색깔이 예뻤는데, 치앙마이 사람들은 이런 하늘을 매일 보는 건가.

저녁에도 고개를 들면 보이던 꽃+나무.

식물에 물 주기!

아아 보기만 해도 시원시원

마치 숲 속에 있는 카페처럼 꾸며져 있는 공간도 있었다.

나무에서는 물이 나오고 있고, 여기 조금 앉아 있으니까 더위가 가셨다.

모두가 릴렉스하는 시간.


눈을 마주치면 방긋 웃는 사람들. 말은 잘 안 통해도 친절한 사람들. 어디를 둘러봐도 무성하게 자라난 나무와 풀. 가격 대비 말도 안 되게 퀄리티가 높은 핸드메이드 제품들. 정성껏 만든 음식과 빵, 커피. 그리고 그와 가장 잘 어울리는 분위기의 공간들. 구석구석 보이는 아티스트의 작품들과 빈티지한 가구와 옷들. 여유롭고 자연 친화적인 이 곳.


나는 치앙마이의 매력에 푹 빠져버렸다. 매일 매일이 여유로우면서도 알차고 즐거웠다. 이번이 마지막 방문은 아닐 것 같다. 2주 동안 고마웠어 치앙마이야! 또 올게 안녕 :-)

* 혹시 위치가 궁금하신 분들은 제 인스타그램(@alohayoon)에서 확인하실 수 있어요 :-)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