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는 좋아하지만 인공적인 치약의 딸기향은 치를 떨었고, 복숭아향이나 바나나향이 나는 치약은 맛이 느끼하다며 싫다고 매번 퇴짜를 놓았다. 조금이라도 시원한 민트향 치약은 너무 입이 아프다며 울고 불고 난리를 쳤다. 이런저런 치약 다 싫다고 하니 소금맛 치약도 권했더니 헛구역질을 하며 입에 넣지도 않았던 큰아들.
기호식품이라면 다 그냥 관두라고 소리 지르고 말았을 테지만, 양치는 해야 하는 거 아닌가. 어렵게 어렵게 아들 입맛에 맞는 치약을 찾았는데 자일리톨 애플민트향 치약이었다. 적당히 상큼하고 달달한 치약이었던 애플민트 치약은 둘째의 입맛도 만족시켜 버려 우리 집에서 가장 애용하는 치약이 되었다.
하루는 치약이 다 떨어져 버려 어쩔 수 없이 내가 쓰려고 넣어둔 쓰고 강한 민트향 치약을 권했다.
"엄마가 지금 구매하면 내일 배송된다고 하니 하루만 이거 쓰자."
맵다고 난리 치는 둘째와는 다르게 큰아들이 묵묵히 이를 닦는다.
'이제 저놈도 인내라는 걸 배웠나 보다. 그래, 쓰기 싫은 것도 때로는 참고 써야 한다는 걸 알아야 하는 나이지, 중학생은.'
그렇게 하드코어 한 민트향 치약을 하루 쓰고 우리 집 치약통에는 다시 애플민트 치약이 자리 잡았다. 첫째도 둘째도 모두 만족하는 애플민트 치약을 잔뜩 장만하고 나니 마음이 편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