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스름한 어느 날 초저녁, 역에서 내려 집으로 향하고 있었다. 50대 중반에서 60대 초반으로 보이는 아주머니가 두리번거리다 나와 눈이 마주쳤다. 아주머니의 눈빛에서 스치는 다급한 간절함에 길치인 나는 단번에 느낄 수 있었다.
‘이 아주머니 길을 잃었구나.’
“아가씨 여기 동아아파트가 어디예요? 동아아파트 1동이라는데 나 도저히 못 찾겠네?”
우리 동네에는 동아아파트도 있고 신동아 아파트도 있다. 심지어 신동아 아파트는 서로 다른 곳에 두 단지가 있어 정확한 주소가 아니면 쉽게 찾을 수 없다. 아주머니는 정확한 주소가 아닌 동아아파트라고 적힌 쪽지만을 보여주셨고, 난 이 주소에 사는 분에게 다시 전화를 돌려 정확한 주소를 받으셔야 한다고 말씀드렸다. 정확한 주소를 받은 아주머니는 다시 자신 없는 표정을 지으셨다.
결국 나는 아주머니를 직접 신동아아파트 1동까지 모셔다 드렸다. 연신 고맙다며 인사를 하며 돌아서는 아주머니의 뒷모습은 나의 모습과 묘하게 겹쳐 보였다. 심각한 길치인 내가, 미래의 어딘가에서 헤매고 있을 때 길을 잘 아는 누군가에게 도움을 받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