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사람을 만나야 하는 자리, 변화가 필요한 순간 딱딱하게 굳어버린다. 화장실 거울 속 나를 마주하고 ‘괜찮아, 티 안 나게 잘할 수 있을 거야.’하며 긍정의 속삭임을 퍼부어도 어느새 빠르게 굳어간다.
그다지 엄한 집에서 자란 것도 아니다. 차별대우나 가정 폭력 같은 이유로 내면의 자아가 크지 못한 것도 아니다. 고독을 즐길 줄 알고 사랑을 전하는데 주저함이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초면, 초행길, 변화, 선택 앞에서 늘 힘들어하고 자신감이 사그라들어 어색해진다.
드러내지 못하는 마음은 내 안에서 점점 커져갔다. 내면의 깊은 곳으로 계속해서 깊은 굴을 파 내려가는 내가 힘들어서 더 이상 팔 곳조차 없다며 다독였었다. 아무리 마음이 커져도 결국은 표현되지 못하고 까맣게 타버린 마음도 많았다. 이런 내가 싫어서, 싫다고 혼자 소리쳐보기도 하고 울기도 했다.
40 중반의 나는 전혀 변하지 않았다. 하지만 더 이상 굴을 파 내려가진 않는다. 마음속 앙금이 되어버린 옛이야기, 까슬까슬 거스러미가 되어 자꾸 불편하게 콕콕 찌르는 것들, 전하고 싶은데 전하지 못한 본심, 모든 것이 글이 되어 마음에서 탈출한다. 이런 지금이 좋다. 아무도 내 글을 읽지 않는다 하더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