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리아의 정신과 의사인 알프레드 아들러는 인간의 모든 고민은 인간관계에서 비롯된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해결책으로 '과제의 분리'를 제안했습니다. 타인의 과제를 끌어안게 되면서 인생이 괴로워지기 때문입니다. 내가 남의 과제까지 해결해 주지 말고, '내가 알 바 아니다!'라고 생각하는 것, 이것이 바로 알빠노 정신입니다.
최근에 본 책에서 마음에 와닿는 문장이 있었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전미경 작가님이 쓰신 <아무리 잘해줘도 당신 곁에 남지 않는다>에서 삶이 버거울 때 필요한 건‘알빠노 정신’이라는 문장이 있다. ‘알빠노’란 ‘내 알 바 아니다’라는 뜻으로 몹시 개인적으로 느껴진다. 정이라면 사족을 못쓰는 한국인들의 정서와도 맞이 않는 표현 같다. 한동안 중학생들이 입에 달고 다녀서 듣기 싫었던 말인데 오히려 이런 정신이 우리에게 필요하다는 문장이 나의 마음을 두드렸다.
아마 타인의 과제까지 나의 과제로 끌고 와서 짊어질 필요가 없다는 조언이 지금의 나에게 필요했던 것 같다. 주부로 살다 보면 남편의 문제, 시댁의 문제, 친정의 문제, 아이들의 문제, 이 모든 것이 나의 문제가 되어 그들의 상처가 나에게도 아리게 느껴진다. 그 상처를 어떡해서든 치유해주고 싶어서 혼자 애쓰고 마음 쓴다. 그러다 보면 정작 나 자신의 문제는 돌보지 못한 채 덮어두고 상처가 깊어지는 일이 생기기도 한다. 돌아보면 그들이 나한테 부탁한 적도 없다. 결국 내가 알아서 혼자 애써주었고 나를 위해서도 맘 써주길 기다린 꼴이 되기도 한다.
전미경 선생님이 말씀하시는 ‘알빠노’는 과제의 분리를 의미한다. 과제를 분리하고 그 사람으로부터 조금 거리를 두면 오히려 서로에게 새로운 공간이 생겨 환기가 되고, 그 공간을 채워나가기 위해 노력한다. 내가 좀 더 멀리 떨어지면 의아해서 상대가 좀 더 다가올지도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