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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ibra윤희 Apr 22. 2024

읽는 삶에서 쓰는 삶으로

 십 년이 넘게 듣고 말하기에만 전력을 다한 것 같다. 글을 잊은 사람처럼, 의사소통만 통하면 그만인 것처럼 그렇게 나의 30대가 흘러갔다. 아이의 표정과 언어를 읽고 원하는 응답을 고민했고, 남편의 무심한 한 마디에 샐쭉해져서 불만을 이야기했다. 그 표정 뭐야? 그 말투 뭐야? 그 말, 무슨 뜻이야? 비문자적인 시그널에 한참을 집착해 살아온 것 같다. 


 그러다 다시 읽는 삶을 그리워하게 되었다. 행간에 숨겨있는 진실, 작가가 표현하지 않은 단어와 문장이지만 내 멋대로 허공에 쓰고 읽고, 그 행위 만으로도 행복하다는 사실을 조금씩 되찾아가기 시작했다. 책을 읽는 동안에는 괜스레 자신감이 생기고, 이상하게 내게도 꿈이 생길 것 같은 희망이 피어나고, 지금의 불행도 내 성장의 통찰이 될 거라는 믿음을 갖게 된다. 비록 진실로 그리 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조금씩은 그런 방향으로 나아가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자꾸 읽다 보니 어느 순간 쓰고 싶어졌다. 읽은 후의 느낌이 사라지기 전에 컴퓨터나 핸드폰을 켜고 일단은 적어 내려간다. 이 책이 나에게 남긴 긍정의 메시지, 단 한 줄이라 할지라도 나의 마음을 두드렸던 문장, 이상하게 울컥하고 차 올라 도저히 눈물을 삼킬 수 없게 만들었던 스토리. 그 모든 것이 나의 책에 담겨가길 간절하게 기도해 본다. 설령 세상에는 나오지 못할 책이라 할지라도 더 이상 쓰는 삶을 끝낼 수는 없다. 나도 모르는 기회의 순간을 위해 오늘도 읽고 쓰기를 반복한다. 

인스타그램 @nousandmi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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